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와 함께 사회주택 논의가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사회주택은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주로 유럽에서 발달한 사회주택은 국가마다 의미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살만한 임대주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돈 없는 사람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임대료가 적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이지금까지 그런 역할을 해왔으므로 공공임대주택도 사회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차 과거의 공공임대 공급 방식으로는 시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공급이 부족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늘려나가야 하니 차치하더라도, 다양해진 주택 소요에 대응하기에 공급 방식이 둔하고 공급주체가 제한적이다.(우리나라는 LH, SH와 같은 공기업이 대다수를 짓고 관리한다.) 이 정부의 주택정책에는 공적임대, 공공지원임대라는 새로운 개념이 들어있다. 임대주택에 대한 변화된 요구를 반영하려는 정책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간 4만 호씩 공급한다는 공공지원임대주택이 무엇일지 주목해야 한다. 이 사업에는 다양한 임대주택 모델이 들어있다. 역세권을 개발해서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 주민센터 같은 공공청사를 개발해서 남는 용적률만큼 공급하는 임대주택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담겼다. 여기에 주거약자들이 협동조합을 결성해서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모델도 있고 사회적경제에 의한 공급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변화된 주택소요에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또 그러기 위해 다양한 공급주체를 양성하려는 방향이 담겼다는 점이다.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면 임대주택이든 어떻든 좋지 않겠는가? 더 나아가 주거약자들의 처지를 가장 잘 아는 공급자가 세입자의 요구가 충실히 담긴 집을 짓는다면 임대주택에 대한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집을 짓는 사람과 살 사람, 그리고 운영할 사람이 최대한 밀착되어 있는 것이 맞춤형 주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주택 전환기는 맞춤형 주거에서 시작한다고 할 수 있다. 

맞춤형 주거가 실현되면서 우리 동네가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해보자. 가장 큰 차이는 사회관계망이 풍성해지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삭막한 빌라가 들어찬 동네에 '함께 할 수 있는 공용공간'이 생기고(서울시 사회주택은 공용공간 설치를 의무화 하고 있다.) 그곳을 거점으로 활동가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낼 것이다. 소외된 이웃에게다가가는 복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일이나, 우리 아이들의 장난감과 책을 나누는 일, 그리고 동네에 오래 살아오신 어르신의 장담그는 노하우를 나누는 일들이 생겨나고 전에 없던 다양한 관계망이 생겨날 것이다.

집은 우리 삶을 펼치는 플랫폼이고, 그래야 한다. 집이 개인의 소유물로 국한되거나 어쩔 수 없어서 임대해 사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망을 실험하고 펼쳐내는 플랫폼이어야 하는 것이다. 집이 소유의 최종 목표에서, 우리 삶을 펼칠 출발점이자 거점으로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 주거문화에 맞춤형 주거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스며들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 정권을 퇴진시킨 광장의 촛불이 세계적 권위의 독일 에버트 재단이 주는 인권상을 수상했다. 민주적 참여의 새로운 차원을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참여는 사회를 바꾸고 환경을 바꾸고 우리 삶을 바꾼다. 우리는 풀뿌리부터 더 많은 참여가 가능한 맞춤형 주거 모델을 만들어야 할 시대의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러한 주거 플랫폼이 작동하면 이웃과 관계 맺는 창의적인 방식이 생겨나고,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며, 더 나아가 지역의 문제까지도 자치를 통해 성숙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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