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 편집부국장 대우

제주 곳곳에서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감귤도 이제 시작이고, 월동채소는 아직 먼 상황에 수확이란 말이 영 어색하다. 심지어 그런 말이 공공연하게 들리는 것이 문화예술계와 그 주변이라는 사실이 아프다.

제주는 지금 축제가 홍수다. 정확하게 홍역을 앓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9월에는 제주시 원도심을 둘러싸고 매주 최소 3개 축제가 열렸고, 이런 사정은 10월 들어 더 심해졌다. 매주 2~3개의 축제가 흥을 돋웠다. 이중에는 제주에서는 처음 열리는 미술 주제 행사도 있고, 10년만에 부활한 축제도 있다. 나름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지금 같아선 뭐가 맞는 말인지 의문이다.

문화행사 많아서 문제?

제주비엔날레를 놓고 봐도 그렇다. 지난 9월 2일 개막한 행사는 이런 저런 잡음 속에 한 달을 넘겼다. 아직 변변한 홍보도, 처음을 기념할 도록도 없는 상태에서 지난 14일까지 총 4만168명이 행사장을 찾았다는 자료가 나왔다. 가장 많은 1만 4230명이 찾았다는 알뜨르비행장에 대해서는 앞으로 역사와 예술을 연계한 문화콘텐츠로 개발하기 위한 유력 유관기관과 업무협약도 이뤄졌다. 참 아이러니 한 것이 개막전 참여 작가와 계약을 맺지 않는 등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제주비엔날레를 총괄하는 도립미술관에서 내놨던 해명에 등장하는 기관이다. 알뜨르비행장의 장소성에는 공감하지만 국방부 소유이자 문화재인 공간은 이용에 제약이 크다. 현재도 비엔날레와 이후 3년간 작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협의가 된 상태에 불과하다. 격납고와 벙커를 이용하는 문화작업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간헐적으로 이뤄져왔다. 굳이 기관 지원을 받는 것 보다는 올해 도립미술관이 기획했다 고배를 마셨던 마을미술프로젝트 계획을 보완해 추진하는 것이 지역민 참여나 문화 자생력 확보 측면에서 유용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전시 공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만 때마침 시작된 '미술은 삶과 함께'주제의 2017 미술주간 올해의 미술도시 제주 행사와 저지예술인마을가을축제를 보면 다시 신경이 쓰인다. 12일 시작돼 열흘간 진행되는 미술도시 제주 행사 중 일부는 제주비엔날레와 장소가 겹치고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 작품세계를 듣는 등의 콘셉트도 비슷하다.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면서도 두 행사는 별개로 진행된다. 8개 갤러리와 2개 공방, 1개 스튜디오 등 마을 안 11개 공간이 23일까지 같은 호흡을 한다. 지난해 축제 중심이었던 현대미술관이 비엔날레로 빠졌지만 도립이면서도 비엔날레에 끼지 못한 김창열미술관이 구심점이 됐다.

미술축제만이 아니라 지난 주말만 20개가 훨씬 넘는 문화예술행사가 제주를 흔들었다. 많아도 너무 많은 축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묻는다면 입은 더 무거워진다. 2016 자료가 아직이기는 하지만 지방재정통합공개시스템인 '지방재정365'자료를 보면 지난해 3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된 행사는 11개로 총 142억5000만원의 예산이 규모 있는 축제용으로 쓰였다. 이들 축제로 거둬들인 수익은 9억7700만원에 그쳤다. 전년 49억5000만원으로 6개 축제를 치러 1억2200만원을 수익으로 남긴 것과 비교하면 몸집이 눈에 띄게 커졌다. 지난해도 동아시아문화도시 등 여러 사업이 있었고, 올해는 그 상황을 넘어설 것이라는 정도는 문화와 거리가 있는 사람도 느낄 정도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

제주비엔날레만 공식적으로 15억원이 투입된 행사다. 혹자는 그 정도 예산으로 3개월 행사를 꾸린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고 하지만 규모부터 여러 부분에 있어 도민 협의나 공감대 같은 말은 허용되지 않았다. 올해로 22회 행사를 치르며 관악 테마 축제로 제주를 알리고 있는 제주국제관악제는 자력으로 확보한 국비 2억여원을 포함해 올해 11억 3000만원으로 행사를 꾸렸다. 

축제는 예산이나 흥행 수익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축제를 즐기는 대다수가 즐겁고 가슴에 남길 수 있어야 진짜다. 그게 무엇이 됐든 행사 관계자나 이런 저런 동원으로 관람객 몇 명에 장밋빛 기대효과만 줄을 세우는 예산 소모형 행사에 더 이상 '도민을 위한'이란 전제를 달지 않기를 바란다. '도민에 의한'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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