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지난 11일(현지시각) 대서양 중부에서 올해 10번째 허리케인 '오필리아'가 발생해 124년만에 가장 많은 허리케인이 발생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허리케인은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이다. 특히 올해 발생했던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 '어마' '마리아' 등은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주,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잇따라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기상이변을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또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들면 또 어떤 재앙이 발생할까. 두바이에 쓰나미가 몰려와 고층빌딩이 기울어지고 브라질 해변에 한파가 몰아쳐 해수욕을 즐기던 사람들이 얼어붙는다. 모스크바는 폭염으로 눈이 녹기 시작하고 일본 도심에 수박만한 우박이 떨어져 교통이 마비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재앙 앞에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영화 '지오스톰(Geostorm, 전 지구적 재난을 의미하는 영화속 용어)'이 그려낸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다. 가까운 미래 기상이변으로 재해가 속출하자 국제 사회는 연합해 위성 기상제어시스템 '더치보이'를 가동한다. '더치보이'는 손가락 하나로 홍수를 막은 소년의 이야기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2년 후 더치보이도 원인 불명의 오작동을 일으켜 초유의 기상이변을 초래하기 시작한다. 기상제어시스템이 대량 살상기계로 돌변한 셈이다. 이전까지의 재난영화가 거대한 재난을 극복하는 인류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면 지오스톰은 과학과 정치의 역할관계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정치가 과학을 불신하기도 하고 과학이 정치의 위선을 비난하기도 한다. 정치의 간섭이 심해지고 과학이 자신의 영역에서 퇴출당하면서 재앙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기상이변이 몰고 오는 재앙에 대한 생생한 묘사는 인상적이다. 심지어 영화 배급사는 지난달 미국 허리케인과 멕시코 대규모 지진으로 영화 개봉을 연기했을 정도다. 극중 자연재해가 관객에게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지금도 진행중이고 점점 더 빨라지고 심해질 것이다. 그 원인은 무엇보다 인간의 탐욕이다. 지구 온난화에 조금이라도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영화처럼 하루아침에 대재앙을 맞고 싶지 않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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