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 제주지방기상청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의 결과로 볼 수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 지진, 폭염, 폭설, 가뭄, 집중호우 등 자연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 그 규모도 대형화되면서 사회, 경제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어, 갈수록 기상?기후 예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물론 예측의 정확도는 정확하고 정밀한 관측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기상업무의 첫 단추는 관측인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관측에 공을 들인 흔적은 여러 유적에서 그리고 고문헌에서 많이 발견된다. 고대의 유적은 물론이고 특히 조선시대 15세기에는 수표교를 통해 유량을 측정하고, 세계 최고(最古)의 측우기 발명과 함께 이를 전국에 배설함으로써 유량은 물론 전국의 강수량 분포를 파악하고 그 자료를 축적하여 이를 기반으로 농정을 펼친 것은 감히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다. 

현대적 개념의 기상관측은 1904년 일제 강점기에 목포, 부산, 인천 원산, 용암포에서 시작하였고, 이곳 제주의 기상관측은 1923년 5월 제주측후소가 신설되면서 시작되었다. 백엽상을 통해 수동으로 지상기상관측이 이루어지다 1980년대 후반부터 자동기상관측장비를 통한 자동화된 기상관측으로 변화하면서 풍향풍속, 온도, 습도, 기압, 강수량 등 관측자료를 실시간(매분) 수집하여 위험기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되었다. 

제주도는 관측지점 대부분이 산간 및 해안에 분포하고 있고 그 밀도는 약 7.4km로 전국 13km보다 2배 가까이 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중앙에 1950m의 한라산이 위치하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적 특성상 불과 몇 km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로 다른 기상현상이 흔하게 발생하는데, 이를 포착하기 위한 관측망의 조밀도는 아직 미흡하다 할 수 있다. 특히 금년 여름에 경험한 제주 동부 집중호우는 공교롭게도 관측 공백 지역에서 발생하여 관측망 밀도를 높일 필요성을 직접 대변해준다. 아울러관측망은 균질하게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제주지방기상청은 금년에는 기존의 관측지점을 재조정하고, 내년에는 동부지역 같은 재해 감시 취약지구에 관측장비의 신규 증설을 추진할 예정이다.

기상관측자료는 날씨예보를 생산하기 위한 기본 자료이기도 하지만, 30년 이상 축적된 자료는 '기후값'이라는 이름이 더해져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시나리오와 대응에 대한 근거로 활용된다.

지난 6월에는 서울과 부산관측소가 기상분야 유네스코 문화재라 할 수 있는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었다. '100년 관측소'는 세계기상기후(WMO)가 기상자료의 연속성과 안정성 등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지정하는 것으로 전 세계 관측소 13,000여 개소 중 단 60개소만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어 있어 그 가치는 매우 크다 할 것이다. 1923년부터 이어진 제주도의 기상역사는 어느덧 100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곧 제주지방기상청도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릴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이에 제주지방기상청은 제주도만의 특성을 반영한 기상관측망을 구축해 나가고, 이를 토대로 제주만의 특성을 보다 정확히 예측함으로써, 제주도가 안전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보물섬으로서 더욱 빛나도록 그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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