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근 전 한마음병원장, 논설위원

요즈음 제주도에서는 간호사 선생님들의 수급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 병의원마다 간호사 구하느라 전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해마다 300명이 넘는 간호사 선생님들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모자라는 이유는 무얼까?

첫째는 졸업생들 중 많은 수가 육지부로 취업하러 가기 때문이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도에서 대학을 마친 학생들은 막연하게나마 육지에 대한 동경심이 있다.

이것은 섬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심정이기도 하다. 육지에 살아본 사람들은 제주가 좋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아침이면 서쪽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창문을 가진 집"을 동경하여 마지않은 동쪽 집에 살고 있었던 사람처럼, 또는 "가보지 않은 길"을 그리워하는 시인처럼 미지의 세계를 그리워한다.

또 육지의 대학병원들은 제주도에서보다 경제적 대우가 낫다. 육지의 대학병원들은 보험진료수가도 높을 뿐 아니라 소위 3대 부조리(선택진료제, 병실 차액, 비급여)에 의한 수입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제주의 중소병원들보다 훨씬 높은 임금을 줄 수가 있고 복지 혜택도 더 좋다. 더구나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고 간호사 구하기가 쉬우니 간호 등급이 높아 육체적으로 쉬울 뿐 아니라 제주도 특유의 환자 갑질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근무하기가 마음 편하다.

둘째는 몇 년 동안 박봉에다 환자에 시달리다 보면 "내가 이 일을 안 하면 이만큼 못 버나?"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초년병 시절에는 한 달에 10일 정도 야간근무를 해야 하는데 이것이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다. 어쩌다 하루 밤새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연달아 5~6일을 그렇게 하는 것은 아무리 젊다고 하여도 힘이 드는 일이다. 더구나 결혼이라도 하거나 아이라도 갖게 되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그리되면 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의료수가를 정상화해야 하는데 의료보험료를 올리든가 국고로 보충하는 것은 정치인들이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어려운 일이다. 국민들이 의료가(사립의료기관에서 행하는 의료까지도) 공공재라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 한 지난한 일이다. 

다른 또 하나의 방법은 야간 근무를 지원하는 것이다. 야간 근무를 전담하는 사람이 있으면 낮이나 저녁에만 근무하겠다는 간호사를 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즉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분들을 현장으로 끌어올 수가 있는 것이다. 야간 근무하는 민간 병원의 간호사들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할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의료가 공공재라는 인식을 갖는다면 이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야간 근무 약국을 지원하는 제도도 지금 시행되고 있다.

군대, 경찰, 소방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민간 버스회사, 및 민간 의료 기관도 공공재라는 것을 잊지 말자. 공공재라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가 다 하지 못 하기 때문에, 그리고 민간에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민간에서 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와 민간 버스 회사도 공공재이므로 중앙이나 지방정부에서 지원을 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민간 의료 기관도 부족한 부분은 공공에서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이다.

제주의료원이나 서귀포의료원이 하는 일이 다른 민간병원과 무엇이 다른가? 다만 고압산소탱크처럼 민간병원에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부분은 의료원이 담당하고 있다. 민간 병원들이 문을 닫으면 결국 국가에서 병원을 세워야 하며, 그리 되면 국가 총 의료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필요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민간 병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지방 정부에서 하루 빨리 민간 병원의 간호사 수급 문제를 공공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을 취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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