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감투. 머리에 쓰던 의관 가운데 하나다. 말총, 가죽, 헝겊 따위로 탕건과 비슷하나 턱이 없이 밋밋하게 만들었다. 벼슬이나 직위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고려 우왕이 관복을 개정할 때 낮은 계급이 쓰는 감두(감투의 한자어)가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관리가 아닌 평민이 사용했다. 흔히 벼슬하는 것을 '감투 쓴다'고 하며 벼슬의 대명사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호가호위(狐假虎威).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이다. 한번은 호랑이가 여우를 잡았다. 그러자 여우가 호랑이에게 "나는 천제의 명을 받고 내려온 사자다. 네가 나를 잡아먹으면 나를 백수의 왕으로 정하신 천제의 명을 어기는 것이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면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를 따라와 봐라. 나를 보고 달아나지 않는 짐승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랑이는 여우의 말을 듣고 여우의 뒤를 따라갔다. 그랬더니 여우의 말대로 만나는 짐승마다 달아나기에 바빴다. 사실 짐승들을 달아나게 한 것은 여우 뒤에 따라오고 있던 호랑이였던 것을 호랑이는 몰랐다.

지난 2014년 6월4일 치러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시 원희룡 후보는 득표율 59.97%를 기록하며 민선 자치 시대 이후 최고 득표율로 제37대(민선 6기)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이는 민선자치시대 이후, 제주 사회를 분열시킨 각종 선거에 따른 줄서기·줄 세우기 폐해를 종식해달라는 유권자들의 변화와 혁신의 열망이 투표로 표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내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올해 실시한 정례 광역자치단체 평가조사에서 원 지사에 대한 긍정 평가는 6월 44.8%, 7월 43.5%, 8월 37.8%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책 일방통행과 갈등관리능력 부재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도민으로부터 막강한 권한을 위임받은 도지사가 감투를 쓴 것처럼 행동하거나, 도지사 주변 인물들이 호가호위한다면 도민이 3년 전에 기대했던 변화와 혁신은 이루지 못할 것이다. 도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과 대화를 통해 도민이 이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만이 도민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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