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영삼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 소장

유엔데이? "그 위상이 날로 쪼그라드는 판에 유엔기념일은 무슨…"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유엔이 위기긴 위기다. 가뜩이나 국제기구에 대한 신뢰성이 꺼져가던 차에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막을 올리면서 유엔의 위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유엔과 그 전신인 국제연맹의 유용성을 따져보자. 이 두 기구의 존재 목적으로는 전쟁 방지와 세계평화 유지가 으뜸이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과 같은 인류의 대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만들었던?국제연맹이 탄생한지 불과 20여년 만에 더 큰 재앙인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막지 못했고, 또 이에 대한 반성으로 유엔이 탄생했지만?여전히 전쟁과 분쟁으로 수많은 양민들이 희생되고 고통 받고 있다. 핵무기 비확산?체제의 존위가 위급한데 과연 유엔이나 군축기구가 과연 실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그러면 유엔이 정말로 무능하고 예산만 축내는 개념 없는 존재일까? 전쟁이란 기본적으로 약육강식이라는 정글의 법칙의 지배 받는다. 그래서 원칙과 규범으로 맞서는 국제기구가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안보리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인류가 전쟁과 분쟁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만약 유엔이 없다면 어떨까? 

유엔은 인류 평화를 위해 큰 전쟁은 아닐지라도 지역긴장이 살상이 따르는 분쟁으로 비화 되지 않도록 블루헬맷의 유엔평화유지군이 창설되어 그 기능을 제법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면서 새천년개발계획 (MDGs)을 수립하고서 세계 도처에 만연해 있던 절대빈곤과 질병퇴치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나아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세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전세계적 의지와 자원을 모으고 있다. 

9.11과 같은 주요국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나마 각국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 마련에 골몰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유엔이며 자연스럽게 각국 정상들의 정상외교 무대를 조성해준다. 유엔은 193개 회원국이 그 권능을 부여한 가장 합법적이고 정당한 국제기구이면서 가장 권위있는 포럼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마저도 유엔총회에 나와 전세계를 대상으로 미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또한 유엔은 꿈과 교육의 산실이기도 하다. 차세대의 주인공인 학생들에게 세계평화와 인류복지의 꿈을 심어 주고 그것을 달성토록 하는 에너지를 충전 시키는 무대가 유엔이기도 하다.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에 들어서면 "휘어진 권총" 조형물을 마주하게 된다. 살상 무기를 농기구나 첨단기계로 바꾸어 문명의 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젊은이를 의식을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유엔이 없다면 이러한 성과와 존재의미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만큼 유엔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는 나라도 별로 없을 게다. 6.25가 발발하자 유엔이 즉각 대응하여 유엔헌장상의 유일한 유엔군이 파견되어 공산 침략을 물리쳤다. 전후 복구 과정에서 유엔기구를 통한 인도적 구호와 개발협력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이다. 처지가 바뀌어 이제는 우리가 유엔의 활동에 유엔평화유지군 파견, 개발원조 확대, 난민구호활동 참여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기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례적으로 10월 24일 유엔창립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두 차례 임기동안 분쟁 예방, 복지 향상 그리고 기후변화 대처 등에 크게 기여하였다. 중문에 자리잡은 제주국제연수센터를 통해서도 우리나라가 유엔의 이상 실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고 있는 것이다. 

올해로 유엔이 탄생한지 벌써 72년이 흘렀다. 그간 유엔은 분명 인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으나, 이를 대체할 만한 다른 기구도 없다. 그래서 현재의 유엔을 최대한 활용하고 유용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간 유엔 스스로도 상황 변화에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그 존재가치를 유지하고자 발버둥쳐오지 않았는가.앞으로 유엔 창설 100주년이 되었을 때,?우리 후손들이 "유엔이라는 쓸데없는 기구를 만들었구나"라는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유엔기구와 직원들은 지금부터 바짝 정신 차려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엔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서 제주 도민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동참함으로써 유엔의 개혁과 이상실현에 근접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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