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청정·안전성 힘입어 발전

제주지역경제에서 양돈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않다. 제주경제의 두 축이 1차산업과 관광이라면 축산업은 1차산업 총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할만큼 중요하다.

양돈산업의 비중은 사육두수와 거래가격에서 확인된다. 제주지역의 돼지 사육마릿수는 55만여 마리로서 국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제주산 돼지고기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경락가격이 타지역산보다 10% 정도 높게 팔릴 정도다.

제주산 돼지고기가 이처럼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은 맛도 맛이지만 청정 자연환경에 기반한 안전성 때문이다. 깨끗한 물과 공기 등 자연환경은 물론 제주도가 2000년 국제수역사무국(OIE)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으로 인증받으면서 제주양돈의 청정성과 안전성은 세계적으로 입증됐다. 지난 18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2010~2013년 사이 제주도가 OIE 지위를 상실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가축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지난 15년간 타지역산 돼지고기 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이로인해 도민들은 타지역보다 비싼 돼지고기를 먹어야 하는 경제적 부담에도 청정 제주양돈을 지키기 위해 암묵적 동의를 해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행정 역시 양돈산업을 1차산업의 주력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가축분뇨 자원화 및 악취 저감에 국비·지방비 122억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이보다 많은 16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제주도가 양돈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것은 지역경제 효자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도민들의 경제적 부담 감수와 행정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제주양돈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2015년 도내 전체 축산조수입 8424억원 가운데 양돈산업은 4142억원을 차지한다. 농가당 평균 조수입도 10억원이 넘는다.  

그런데 양돈농가가 이처럼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작 축산분뇨 처리 문제를 외면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 지속돼온 양돈악취 문제는 도민생활 불편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청정제주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 행정에서 악취저감제를 보급해도 농가에서는 돼지들의 살이 찌지 않는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사용을 꺼린다고 한다. 또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적정 사육밀도를 지키지 않아 분뇨 발생량이 더 증가하면서 악취 문제를 키우는 등 자구노력에 소홀, 도민사회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공이익에 반하는 행태까지 서슴지 않으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악덕 농가에서 지하수와 연결된 숨골에 축산분뇨를 불법 배출해 제주도민의 생명수인 지하수 자원까지 위협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분뇨 불법배출은 공멸행위
공공연한 축산분뇨 불법 배출은 제주도가 지난 16일 발표한 도내 양돈농가 운영실태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전수조사 사육두수를 근거로 추정한 전체 분뇨 배출량은 하루 평균 2846t이지만 전자인계처리시스템상 실제 분뇨 처리량은 2591t에 불과, 나머지 255t 가량의 분뇨는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악덕 농가들의 축산분뇨 불법 배출은 농가 스스로 양돈산업을 파멸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깨끗한 지하수 등 청정환경으로 사육해 고품질을 인정받고 가축전염병으로부터도 안전하다는 인식으로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지만 축산분뇨의 지하수 오염으로 청정성·안전성이 흔들린다면 양돈산업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것은 뻔하다.

축산행정도 양돈산업 성장에만 급급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여러 가지 지원을 하면서도 축산악취, 분뇨 불법배출 행위 등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양적 성장을 거듭하며 호세월을 누려온 제주양돈산업은 지금 큰 위기에 놓였다. 이를 극복하고 도민은 물론 국내 소비자의 지속적인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농가, 행정 모두가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야 한다. 소를 잃고나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다면 양돈산업은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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