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대동서점’‘사인자’‘오늘의 책’으로 이어지는 사회과학 전문 서점들도 이미 문을 닫은 상태. 뿐만 아니라 일정 규모를 갖춘 도서 유통업체들도 인터넷 서점 공세에 밀려 매출이 뚝 떨어져 울상이다.

 제주도서점조합에 따르면 매년 2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새 학기 특수가 실종된 지 오래. 도내 전체 도서시장에서 60%이상 차지하고 있는 참고서 시장이 인터넷 판매에 밀려 업주들은 벼랑끝 장사를 실감하고 있다.

 제주시내 D서점 관계자는 “새 학기 특수 기간동안 참고서 판매를 통해 번 돈으로 집세를 냈다. 그러나 최근에는 참고서 매출이 50∼60%이상 준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오프라인 도서판매=제주와 북제주 지역에 기반을 둔 제주도서점조합 회원업체 수는 모두 37군데다. 최근 1∼2년 사이에 3군데가 경영난에 부닥쳐 문을 닫은 상태. 이들 서점들은 참고서 도매업을 하고 도서관·관공서에 도서를 납품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업체들이다.

 동네 서점의 경우에는 경영난이 더욱 심각하다. 독서 인구가 감소 추세인 데다, 작년부터 인터넷 서점들의 책값 할인 공세가 본격화 됐기 때문. 특히 지난 82년 문을 연 이래 사회과학전문 서점으로 자리매김 해 온 ‘사인자’의 경우에도 작년 1월 문을 닫았다. 이는 ‘책을 잃지 않은 대학생이 늘어난다’는 세태의 반영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오프라인 상의 도서 유통업체들은 독자가 책을 정가대로 사는 도서정가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여야는 지난해말 ‘발행 1년 이내의 책에 대해 10%까지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하되, 할인 한도를 어기면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도서정가제 조항이 포함된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을 국회 문화관광위에 제출해놓고 있다.

▲왜 인터넷서점인가=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면 매장에서 직접 살 때보다 보통 20∼30%씩 저렴한데다 한 권당 구매가격의 1∼3%씩 적립되는 이점이 있다.

 또 책 주문량에 따라 적용되는 ‘마일리지 포인트’가 쌓이면 도서상품권 등 경품으로 교환할 수 있어 시중의 ‘오프라인 서점’과 비교할 수 없는 실속을 챙길 수 있다.

 독자서평을 보는 재미 역시 만만찮다. 초기에는 형편없는 수준이었으나 일반 사용자의 참여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져 수준이 많이 나아졌다. 요즘에는 전문적인 서평보다 오히려 신뢰감이 더 간다.

▲오프라인-온라인 공존 모색돼야=서점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일각에선 무엇보다 독서인구의 감소를 꼽고 있다. 책을 살수 있는 수단이 다양화해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책과 지식에 대한 시각 변화를 찾아야 한다는 것.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지 않는 게 지금 대학가의 한 흐름이기도 하다.

 동네 서점은 책을 단순히 파고 사는 곳이 아니다. 만남과 휴식의 장이다. 책에는 속도와 물량으로만 잴 수 없는 고유한 정신의 부가가치 같은 게 있다는 믿음과 함께 책에 관한 한 까다로워 내용을 검토하고, 일단 마음을 먹으면 당장 그 자리에서 책을 사야 직성이 풀리는 독자들도 있다.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정가를 높여 할인율을 적용하게 돼 결국 소비자에게 불이익이고 유통질서가 흐려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많은 서점이 폐업한 뒤 유통 독과점이 되면 남은 서점들이 가격을 올려 오히려 폭리를 취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기존 서점들은 공공도서관이 부족한 현실에서 문화공간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 공존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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