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혁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사 면허를 취득하여 본격적인 임상을 시작한지 만 19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많은 케이스의 환자도 겪어보고 낯 설은 증상 환자들도 보아왔다. 근데, 환자가 와서 '이 질병은 몇 일만에 다 나을 수 있나요?' '이 증상들이 개선이 되면 다시는 재발을 하지 않나요?' 이러한 질문들을 종종 받게 된다.

의사는 대개 경험적으로 환자의 예후를 판단, 예측하게 된다. 이러이런 질환은 어느 정도 치료하면 낫는다든지, 어떤 질환들은 치료 후에도 다시 재발을 한다든지.... 간단한 예로, 감기 걸린 환자가 감기가 나았다고 그 후에 다시 감기가 평생 안 오는 것은 아니고, 배탈,설사 환자가 치료가 되었다고 그 후에 또 배탈,설사가 안 나리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전에 드라마 허준에서 허준 선생이 왕족의 구안와사를 치료 하는 케이스가 나온다. 몇일이 걸릴 것인가, 그 기간 동안 치료가 안 되면 목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허준은 단언컨대 몇일 후에 낫는다면서 확언을 하고 역시 돌아갔던 입이 제대로 돌아오고 치료를 해서 드라마틱하게 된다.

그 당시는 의학을 공부 안할 때라서 우와~ 멋있다. 감탄사만 연발 하였다. 막상 환자를 보는 임상을 하니까 내가 허준 선생만큼의 실력이 없어서인지 그럴만한 자신감이 없다. 그럴 정도로 확신을 주지도 못한다. 다만, 경험상 '이런 질환은 어느 정도 기간이면 좋아질 것입니다.'

'최소한 이 정도는 치료를 해야 좋아집니다.' 이렇게 얘기할 뿐이다. 그나마 그것도 예상한 시기에 가까워서 완치가 되면 다행이지만, 그 약속 기간이 되었는데도 차도가 별로 없을 땐, 환자의 고통이상으로 의사도 신경이 많이 쓰이고 고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가 쌓인다. 의사로서 환자의 몸을 내 몸이나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서 환자의 고통을 줄여 준다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전부이다. 진인사대천명, 이 말이 적용되는 경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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