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식 (사)제주관광학회장·제주국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하와이주 본섬의 오하우시에는 도심 한가운데 종합터미널이 있다. 이곳에는 각지로 운행하는 버스와 택시 승하차장은 물론 관광객을 위해 편의시설과 홍보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주변에는 고급호텔, 세계음식점, 백화점, 알라모아나쇼핑센터가 들어서 있고, 우체국, 극장, 은행, 응급진료실, 약방, 유아놀이센터, 넓은 주차장 등 이용객편의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 도심관광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너른 광장의 쉼터공원에서는 공연도 열린다.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제주에 언제부터 터미널이 생겼을까, 돌이켜보면 제주관광의 싹트는 시기의 60연대까지는 이렇다 할 터미널이 없었다. 

간간이 일주도로를 운행하던 시외버스가 관덕정 주변 공터에 주차하면서 자연스레 버스터미널이 생겨났다. 

70년대 후반 관덕정 인근에 있던 시청이 광양(당시 도청자리)으로 이전되면서 버스터미널도 거기로 옮겨갔다. 

80년대 들어서면서 도로가 확장 정비되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구제주와 신제주 중간지점에 시외버스터미널이 들어섰다. 

그 후 지금까지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지역상권 형성과 관광편의의 다양성에 부합하지 못하여 종합터미널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정도이다. 하와이의 종합터미널처럼 관광객 행동욕구에 부응하여 다양한 편의시설이 들어선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바야흐로, 제주자치도는 2030년에 관광객 2600만명의 국제관광도시를 향해 거침없이 치닫고 있다. 덩달아 자동차 등록대수도 60만대를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날이 늘어나는 관광객과 차량증가로 공항, 도심교통체증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지금의 버스터미널은 한산하여 때론 적막감마저 든다. 

더군다나 대중교통체계 전면개편으로 장거리 버스승하차장을 공항에 두는 바람에 되레 공항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고, 기존 시외버스터미널은 기능상실에 직면하고 있다. 여객수요를 원활히 분산시켜 공존공영을 모색해야 하는 관광정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안으로, 공항과 가까운 곳에 종합터미널을 정비하여 고가쾌속전철(高架快速電鐵)로 연결한다면 공항에 혼잡한 교통대란을 잠재울 수 있고, 터미널 입지의 주변지역에 관광경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종합터미널에서 부분적으로 탐승업무가 이뤄진다면 지금의 공항대합실 수용력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지난해 대중교통시스템을 계획할 때 종합터미널사업도 병행 추진했어야 했다. 늦었지만 당국은 획기적인 여객수송체계 정비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해당사업은 누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다른 도시의 지하철과 고가전철은 누구를 위해 왜 건설했는지, 재원은 어디서 어떻게 조달했는지에 대해서도 사전에 파악하고 타당성을 검토해 봐야 한다. 

실제 종합터미널연계사업은 지리정보와 관광트렌드를 감안해서 관광흡인중심지가 될 만한 국·공유지의 넓은 곳을 선정해서 지구단위계획을 세워 신개념으로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 채산을 맞출 수 있고 지역관광의 지속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전환기 대중관광시대를 맞이하여 제주자치도의 각계 경제주체가 자신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이 사업에 함께 참여한다면 투자유치의 대규모 복합리조트로 몰리는 관광수요를 도심 역세권으로 끌어들여 골고루 분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종합터미널은 혁신적인 사회기반시설이기 때문에 이해관계자와의 공론과정을 거쳐 추진하는 것이 마찰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당국은 관광객 이동질서의 교란현상을 타파하고 관광사업의 공생공영을 위해 우선순위 정책(Priority Policy)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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