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양동 선사유적지 내 최근 시험 복원된 수혈식 움집을 둘러보고 있는 자문위원들.<강정효 기자>
 삼양동 선사유적지의 주거지(움집)가 발굴 성과를 반영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설계돼 원형과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복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는 20일 삼양동 선사유적지 복원 자문위원회를 열고 최근 시험 복원한 수혈식 움집 1동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움집은 직경 5.50m 높이 3.20m 규모로 앞으로 복원될 12개 동의 원형 주거지의 복원 모델이다.

 그러나 이날 자문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은 복원된 움집 형태가 삼양동에서 발견되는 움집의 기본적 형태가 아니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삼양동에서 발견되는 주거지는 원형으로 주거공간에 안경모양의 2개의 기둥이 세워진 형태를 띤다.

 하지만 이번에 복원된 움집은 외부에 5개의 기둥구멍이 있는 것으로 설계된 데다 원형의 주거지 형태마저 일그러진 타원형으로 변형됐다.

 또 발굴 도면의 일련번호와 설계도면의 일련번호도 맞지 않고 주거지의 출입문이 북향으로 설계되는 등 삼양동 유적 발굴 성과를 설계에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움집 복원 설계를 맡은 S사가 자문위원회의 회의 결과를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자문위원장인 김동현 동국대 교수(미술사학과)는 “삼양동에서 발굴된 주거지 형태를 모델로 하지 않은 채 설계가 됐다”며 “자문위원회 회의에서 설계도면 작성은 발굴책임자와 상의하라고 주문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양동 선사유적지 발굴을 담당했던 제주문화재 연구소 강창화 실장도 “움집 설계도면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설계 담당자로부터 듣지 못했다”며 “현재 설계는 삼양동 주거지 형태와는 전혀 다른 형태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거지 외부의 기둥구멍은 후대에 형성된 유구(遺構)라며 설계자가 유구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일진 영남대 교수도 “설계 자체가 발굴결과를 반영하지 않고 이뤄졌다”며 “이런 식이라면 발굴 조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날 자문위원들은 제주시 관계자에게 설계 책임자와 협의, 발굴 결과를 설계에 반영할 것을 주문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