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논설위원

지난 주 절정에 달한 한라산의 단풍과 파란 하늘 아래 흔들리는 들판의 갈대들이 완연한 가을임을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있어 여느 때보다 더욱 소중해진 가을이다. 그러나 장기간 지속된 경기 침체로 인해 가을을 만끽할 여유가 없는 풀뿌리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 

풀뿌리 기업은 1차 농수축산물을 포함한 유무형의 지역연고자원들을 활용하여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성장해온 지역 자생 기업들로 그 수가 많아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어 왔으며, 우리 지역의 특성상 풀뿌리 기업들의 제품은 중국 수출과 그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판매되어 왔다. 그러나 사드 보복의 여파로 그렇게 많던 중국 관광객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내관광객들이 그 빈자리를 메웠다고 하지만, 알뜰 관광이 키워드인 국내관광객의 소비로는 예전의 경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은 지역 경제의 활력소인 풀뿌리 기업들이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응해 나아가고, 국가균형 발전과 풀뿌리 기업의 육성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들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필자는 2002년부터 지역혁신센터, 지역연고산업, 전통 혹은 풀뿌리 기업 육성사업 등에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어 정권에 따라 그 정책이 변천되는 과정을 몸소 경험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것은 당연 참여정부 때부터이다. 2003년에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설치되었고, 지역혁신체계, 지역 특화 및 전략산업이란 용어가 등장하였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광역경제권 활성화를 키워드로 지역산업 육성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임기를 채우지 못한 박근혜 정부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지역 행복생활권을 중심으로 지역산업 육성 정책들이 추진되었다. 올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부터는 참여정부 시절처럼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자치 등이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그만큼 국가균형발전이 핵심정책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우리 지역 출신이 장관급인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되었으니 지역산업육성을 위해 정부에 거는 풀뿌리 기업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다. 

최근 발표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보면 수출증가에 힘입어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러나 극심한 양극화와 불균형적 산업경기로 민간소비와 고용사정이 좋지 않아 일반 국민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하다. 공기업인 개발공사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규모의 기업들이 고용창출에 기여하고 있지만, 청년실업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젊은이들은 공공기관에 취업하기 위해 열공하지만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미스매치로 인해 청년 실업률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풀뿌리 기업들은 그 수가 수백이 되기 때문에 고용창출과 더불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지역의 부를 축적하는 풀뿌리 기업들이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일어서서 지역산업이 활성화된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겪고 있는 경기불황은 외발적인 요인에 좌우되는 경향이 많아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으로 세수가 늘고 있다고 하니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여 풀뿌리 기업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더 강한 버팀목을 깔아주길 기대해 본다. 

지난 9월말 기준 제주도 총인구는 674,812명으로 5년 전에 비해 82,363명이 증가하였다. 그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지만,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에 대한 상충되는 해법들이 제시돼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옛말에 충어근본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럴 때일수록 기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은 기본에 충실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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