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밝은 이야깃거리도 많은데 굳이 무거운 주제를 들춰내 글을 써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다. 특히나 나눔과 기부문화를 이야기하며 극단적 일탈사례를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 사건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한 개인의 극단적 일탈행위를 두고 사회전반이 아파할 필요가 없다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오히려 오늘도 나눔을 실천하고 기부를 고민하는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함께 위안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 글 말미에선 다시 한 번 희망으로 끝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포비아!' 공포를 뜻하는 단어다.
요즘 자신과 딸의 희귀병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많은 국민들이 선의로 기부한 돈으로 호화생활을 누리고 급기야 극악한 범죄행위자로 드러난 사건, 이영학사건(소위 어금니아빠라고 불리는 것도 마땅치 않다)이 연일 이슈화되면서 일부언론에서 '기부포비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향후 기부문화에 끼칠 악영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위 사건과 관련해 기존 기부 금액 등이 줄거나 후원자가 이탈하는 등의 특이동향 사례는 없다.

우리사회는 더 성숙해져 있었고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었다. 

사랑의열매 회장 입장에서도 차라리 이번 기회에 기부금의 투명성제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 향후 나눔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따져보는 것도 기부 문화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의열매는 기부자의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언제든지 투명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 놨다.

또한 사랑의열매는 홈페이지를 통해 연말 결산보고, 이사회 회의록, 업무추진비 현황 등을 꼼꼼히 살피고 목적 사업비와 일반 관리비 등의 사안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우울한 이야기는 그만 접고 반가운 소식을 한 가지 전한다. 

최근 사랑의열매 기부자 41명이 '2017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은 평소 이웃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는 개인과 기관을 발굴해 시상하고 있다.

이중에는 ▲지난 48년간 35억 원을 기부하며 다양한 장학사업과 사회복지시설 기부, 노인 진료비 지원을 위한 나눔을 실천하시고 공동모금회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부부 아너로 가입해 화제가 되기도 하신 분,  ▲본인이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지만 1993년 반 평짜리 가게를 시작으로 기업을 설립하고, 같은 해 라디오를 통해 알게 된 아동을 돕는 것을 계기로 어르신을 위한 무료급식 등 꾸준한 나눔을 이어오신 분,  ▲특히 우리지역인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는 '사회적 책임과 나눔경영'을 바탕으로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등 흐뭇한 미담이 가득하다. 이것이 우리사회의 저력이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외이웃이 많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는 것이 성숙한 도민의식이다.  일부 부도덕한 사람들로 인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회적 약자가 도움을 받지 못해선 안 된다. 그래서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되새기며, 다가오는 겨울,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우리 도민들의 가슴에 나눔문화라는 이름으로 기부의 기쁨과 사랑이 슬며시 녹아내릴 수 있길 다시 한 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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