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조선시대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대왕은 즉위 초 세금제도 개혁을 놓고 신하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적 있다. 토지와 관련된 전세를 개혁하기 위해 새로운 세금제도를 도입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세종은 공법을 통해 백성들에게 고통을 안겼던 세금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다. 토지의 비옥도와 지역별 일기에 따라 국가에서 정한 일정액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세종은 이러한 세금제도 개편을 단기간에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시험에 공법의 개선책에 대해 논하라고 출제해 의견을 듣기도 했다. 17만명의 백성들을 대상으로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세종은 25년에 걸쳐 공법의 정당성과 올바른 제도 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 긴 시간에 걸쳐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끝에 완성된 공법체계는 이후 조선의 기본 조세제도로써 조선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조선시대 군주들이 백성들과 소통하는 수단 중 임금 행차 시 북이나 꽹과리를 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과 글로서 이를 알리는 상언이 있었다. 이를 가장 잘 활용했던 임금은 조선후기 정조였다. 정조는 재위기간 3555건에 달하는 격쟁을 처리했다. 다른 임금에 비해 처리건수가 압도적인데다 내용도 다양했다. 격쟁에는 횟수의 제한도 없어 같은 사정을 두고 계속 민원을 제기할 수 있었다. 격쟁 내용에 가해지던 제한을 철폐, 하층민들의 호소를 보다 쉽게 만든 것 역시 정조였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교육중심학교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현재 교원들이 처리하고 있는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 정보업무 등 교무행정업무를 행정실로 이관하려는 방안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교육청 일반직공무원들로 구성된 공무원노조들은 "업무 떠넘기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을 위한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는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특정집단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자칫 정책의 좋은 취지도 흐려지고 진정성마저 의심을 받을 수 있다. 교원업무의 행정실 이관만이 유일한 해법이 아니라는 점은 도교육청이 홍보했던 제주북초등학교 사례로 이미 입증됐다. 이 교육감에 지금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역지사지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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