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수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가족과 친지, 직장 동료들에게 선물할 감귤초콜릿을 몇 박스씩 사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최근 독특하고 세련된 기념품들이 개발되어 이들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제주의 추억을 간직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선물로 감귤초콜릿을 대체할 만한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초콜릿의 역사는 선물에서 시작되었다. 구한말 러시아 공사 부인이 명성황후에게 궁정외교의 일환으로 선물로 전한 것이 초콜릿이었다. 그리고 일본 정치인 이토 히로부미도 고종을 에워싼 상궁들을 포섭하기 위한 선물이 초콜릿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기간에는 미군들의 전투식량용 보급품인 동시에,전쟁의 공포와 굶주림에 허덕이던 어린이들에게 건네주던 사랑의 선물이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귤초콜릿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1년 3월이다. 당시 대기업이 선점한 초콜릿 시장에서, 제주를 대표하는 감귤을 초콜릿에 넣어보자는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당시 제조업이 척박한 제주였지만, 새로운 컨셉의 초콜릿을 생산하기 위해 서귀포시 남원읍 지역에 최첨단대규모 설비를 구축하였다. 출시 첫해 감귤초콜릿은 4억8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관광기념품 시장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였고, 매년 꾸준한 매출신장을 기록하며 제주 관광기념품시장의 대표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국내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제주도내 관광지와 대형 쇼핑시설, 면세점을 중심으로 제주 초콜릿 제품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독자기술을 개발하고 자체공장에서 생산한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가 하면, 가격경쟁을 무기로 도외지역 위탁생산을 통해 저가 초콜릿을 제조 판매하며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그 동안 국내 최고수준으로 발전한 제주 초콜릿 제품의 강점을 되짚어 보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세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초콜릿과 제주 농산물은 찰떡궁합이다. 제주 초콜릿 제품의 경쟁력은 기본원료인 카카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감귤, 한라봉, 백년초, 녹차, 알로에, 참다래, 청보리, 마늘, 양배추, 복분자, 브로콜리 등 제주의 청정 자연환경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에서 나온다. 타 지역과 차별화된 유기농산물, 무농약 농산물 등 친환경농산물을 원료화하여, 이를 다양한 초콜릿 가공제품 개발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기능성 프리미엄 시대를 준비하여야 한다. 세계적으로 건강과 비만에 대한 사회적 관심 증가와 함께, 천연첨가물 사용이 확대되고, 다크초콜릿 제품군이 성장하고 있다. 보름 후에 치뤄지는 수능시험을 앞두고 초콜릿 원료인 카카오에 풍부하게 함유된 테오브로민 성분에 대한 홍보가 한창이다. 뇌와 신경 기능에 작용하여 집중력을 높이고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처럼 지역판매에 안주하며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초콜릿 제품 판매만으로는, 제주 초콜릿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없다. 

셋째, 초콜릿과 같은 관광기념품은 단순한 상품 자체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관련 체험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테마파크 등과 같은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요하다. 이미 제주도에는 세계 2번째 규모이자, 동양 최초의 초콜릿박물관이 2002년 5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인기있는 체험학습장이면서, 수제초콜릿 매니아와 쇼콜라티에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이와같은 성공사례를 토대로 제주 초콜릿산업을 6차산업화 모델로 확장하고, 동시에 개인 취향과 건강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수제초콜릿 개발에 도전을 제안한다. 

초콜릿은 사랑의 징표로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매력적인 힘을 갖고 있다. 아직 제주 초콜릿에는  제주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제주의 독특한 정체성을 제대로 녹여내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가 앞으로 쏟게 될 정성과 노력에 따라 하와이의 마카다미아 초콜릿(Macadamia Nuts)과 같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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