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숙 중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임에도 불구하고 체형이 변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부모님들은 흔히 "우리아이는 성장이 빠른 편이야"라며 큰 걱정 없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빠른 성장이 좋은 것은 아니다. 성장이 빨라지면 결국 성장판이 빨리 닫히고 어른이 되었을 때 또래에 비해 키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녀의 성장이 너무 빠르다 싶다면 성조숙증 여부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는 만 8세, 남아에서는 만 9세 이하에서 2차 성장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여아의 경우 유방이 발달하고 남아의 경우 고환이 커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2차 성장으로 본다. 남아와 여아에서의 성조숙 발현정도는 여아가 남아보다 5~10배 흔하게 발생한다. 여아의 경우 90% 이상 특발성으로 기질적인 원인 없이 정상적인 사춘기 유발기전이 너무 이르게 발현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남아의 경우 여아보다는 비교적 낮은 비율로 특발성을 나타내는데 보고에 따르면 75%까지 중추신경계 이상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 외의 원인으로는 중추신경에 호르몬 분비의 문제 또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의 종양 등이다. 따라서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경우 특발성인지 기질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인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성선스테로이드 분비가 또래에 비해 증가되어 있으므로 이른 시기에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나게 된다. 그 결과 뼈 나이가 일반적인 경우 보다 빨리 증가하는데, 또래에 비해 키가 큰 편으로 착각하여 비교적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골연령의 빠른 증가로 골단이 빨리 닫혀 최종 성인키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모의 관찰이 필요하다. 성조숙증은 기질적인 원인이 동반되는 경우는 물론 기질적인 원인 없이 나타나는 경우에도 결과적으로 성장 및 정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이 너무 빠르거나 신체적 변화가 이른 시기에 발견된다면 간과하지 말고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올바른 성장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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