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편집국장

서귀포시 강정에 들어선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을 둘러싼 갈등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징역형이나 벌금형 등 사법처리를 받은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은 600명을 넘어선다. 이들에게 부과된 벌금도 3억79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해군이 지난해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 등 개인과 강정마을회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금액은 34억여원에 이른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된 것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가 화순을 대상으로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당시 화순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했다. 이후 유치 지역 공모를 통해 2005년 위미항이 추진되다 자초됐다. 2007년 4월 26일 강정마을회가 전체 주민 1500여명의 10%도 안되는 주민 87명만 참석한 가운데 유치를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 강정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누기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는 같은 해 8월 20일 주민 725명이 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680표, 찬성 36표, 기권 9표로 해군기지 유치 반대 결정을 내렸다.

강정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건설이 시급한 해군은 밀어붙이기에 나서며 제주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해군측은 강정주민과의 상생방안 마련은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기에만 급급하면서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와 정치권, 제주도정 역시 강정주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치 않았다. 결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제주해군기지는 지난해 2월 26일 준공됐다. 해군은 준공식 1개월 후인 지난해 3월28일 강정주민과 해군기지 반대

활동가 등 116명과 5개 시민사회단체에 34억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군의 이같은 구상금 청구에 대해 도민들은 해군기지 건설로 피해를 본 주민 등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도와 도의회는 물론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도 동참했다. 국회도 165명의 국회의원이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18일 제주도의회에서 주민들의 사면복권과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를 공약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지난 8월 22일 국회 예결특위서 구상금 철회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

새 정부들어 구상금 청구소송이 철회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청와대는 한발 빼는 모양새다.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구상금 청구소송 철회보다는 변호인단간 협의와 조정을 통한 법원의 판단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도 당장 철회보다는 강정주민들과 여러 가지 협의를 통해 합의하고 있다.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강정마을회는 수용의사를 밝혔으나 정부측인 해군은 일부 세부사항에 대해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니 실망이다.

제주해군기지에서 비롯된 갈등은 해군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주해군기지 관련 보고서에도 제주해군기지 갈등의 원인을 '정부의 초기 사업추진 과정에서의 정보공개 부족 및 절차의 정당성 확보 노력 부족'을 들었다. 대한상사증재원도 해군과 삼성간 중재 판정문을 통해 당초 설계에 없던 케이슨 가거치가 공정 만회와 반대 민원인들에게 공사중단이 불가능함을 알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시행해 막대한 손실을 자초했다고 판단했다.

해군기지는 이미 우리나라와 미국 이지스함이 입항하는 등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제는 갈가리 갈라진 주민들간 갈등해소와 크루즈 입항 등 지역 이익 극대화 방안 등 숙제를 해결할 때다. 특히 내년부터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지원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국회에서 내년 예산을 심사하기 이전에 구상금 청구소송이 철회돼야 지원사업이 가능하다. 10여년 동안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온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한 구상금 철회가 문 대통령의 선거구호인 '나라다운 나라'를 위한 길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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