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2017년 끝자락 11월에는 모든 축제가 거의 마무리되어 간다.        

우리나라 곳곳에서는 마을,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의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의 주요 내용에 따라 개최 시기는 조금씩 달라도 봄과 가을은 꽃,음식, 지역 특산물이 축제의 주요 주제로 등장하고, 여름에는 바다, 강, 계곡 등 휴가철을 겨냥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에 비해 겨울 축제는 개최 지역과 주제가 한정되어 있다. 

모든 축제는 사전에 개최 일시와 장소, 주요 테마가 정해져 있으며, 제주지역에서도 80여 개 이상의 축제가 개최되고 있어서 어떤 달에는 매 주마다 축제가 몰려있고, 개최 시기도 같아서 찾아다니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방문객의 입장에서는 축제 시기가 분산되어 있어야 골고루 맛볼 수 있는데, 올해 10월과 같이 여러 축제가 동시에 개최되면 선호도에 따라 찾아가게 되고, 축제 결과방문객의 호응도와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는 축제 관계자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대로 시행하는 것 같다. 누구나 지역별 특성이 잘 드러나는 다양한 축제가 개최되기를 기대하고, 그렇게 되기를 요구하지만 두드러진 변화는 잘 안 보인다.  

필자는 제주지역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축제를 보러 다니면서 운영자의 입장에서 또는 방문객의 입장에서 고민해 보았다. 축제의 성공요인으로는 다양한 콘텐츠 제공, 방문객의 만족도, 날씨, 개최 장소 등 몇 가지로 압축하여 거론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고, 기획자가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영위원회(추진위원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계획할 때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이때 대상자는 지역 주민들이 되어야 하지만 관광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축제로 기획되는 경향이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를 되돌아보자. 우리들이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갈 때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 지역의 축제일에 맞추어 가지는 않을 것이며, 그곳을 여행하는 중에 축제가 있으면 방문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축제 방문객이 외지인보다는 지역 주민들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내가 즐겁고 만족할 수 있는 축제이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설정이 가능하다. 만일 축제 주최 측에서 이런 사실을 외면한 채 외부 관광객의 눈높이만 고려하고 도민들의 기대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방문객 수의 감소는 당연하다.      

최근에 광주와 순창지역의 축제 현장을 답사할 기회가 있었다. 광주 시내에서 개최된 '추억의 충장축제'는 도심지 축제의 활성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넓은 공간과 폭넓은 프로그램 참여층 등 과거와 현재의 콘텐츠가 공존하는 축제임을 알 수 있었다. 이 축제를 관람하면서 제주지역에서 이와 같은 구성을 차용한다면 어느 지역이 적합할까, 어떤 형태로 배치하는 것이 효율적일까 등을 그려보았다. 이 축제의 장점은 도심지 일대를 여러 개의 무대로 만들고, 세대별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장소 선택이 돋보였다. 이는 제주도 축제와 비교한 필자의 소견이기에 혹여 오해의 소지는 없기 바란다.

제주의 대표축제라 할 수 있는 탐라문화제는 고정적인 개최장소가 없었는데 올해는 탐라문화광장(제주시 동문로 산지천 일대)을 시범적으로 사용하여 공간과 프로그램 운영 등을 점검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내년에도 다양한 축제를 경험하게 될 것이고, 올해와는 다른 멋과 맛을 기대할 것이다. 이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다. 

제주 도민들이 축제의 소비자 입장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평가위원이 되어 냉정한 평가를 하게 되면 좀더 발전된 축제의 장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평가는 결과가 아닌과정을 철저히 분석하고, 결과에서는 관대한 묘미를 찾는 슬기가 필요한 때다.  

물론 잘하는 것은 잘하는 대로 칭찬해 주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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