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균 제주도의회 교육위원장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다.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53년 11월 3일을 '학생의 날'로 지정했다. 1973년 유신정권 때 폐지됐다. 이후 1984년 부활, 2006년에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찍이 제주에서도 1926년 제주공립농업학교 학생들이 일본인 교사를 퇴출하기 위해 동맹 휴학을 했고, 1928년에는 보통학교 학생들이 식민지교육에 반대하며 동맹 휴학을 단행했다. 

교육 불평등과 반일감정을 동맹휴학이라는 방법으로 폭발시켰다. 이에 대해 역사가들은 근대교육과 3·1운동을 거치면서 민족의식이 고양된 학생들의 민족의지를 드러내는 계기가 됐고, 후일 제주사회의 변화를 수행하는 새로운 계층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학생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지 88년을 맞고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많다. 항일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학생들의 자율역량과 애국심을 함양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이 날,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얼을 기리는 엄숙한 날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생의 날'에 학생도 그 의미도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곳곳에서 행사가 벌어지며, 어버이날에는 어른들을 위한 행사가 지역 곳곳에서 성대하게 벌어진다. 그럼, 학생의 날에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흔한 기념식 하나 열리는 곳이 없고, 학생 스스로도 학생의 날임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법정 기념일의 취지가 무색한 지경이다.

학생은 미래의 주역이라고 누구나 말하지만 수사적으로 들린다. 그것만이 아니라 우리 나라 민주주의의 역사 현장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의 변화를 일으켜 온 주체로서의 학생의 존재를 과거의 박제된 이미지로만 받아들인다. 그래서 학생의 날에 학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지난 10월 28일 '2017 제주정책박람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열렸다. 기관장 토크콘서트를 비롯해 '청소년이 걷는 정책 1번가' '나는 교육의원'과 같은 체험행사도 있었고 '소도리 창구'라는 교육위원회와 직접 소통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여기에 두 명의 학생이 두 번씩이나 찾아 와서는 건의할 것이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렇게 멋진 행사에 대해 학교에 홍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에 붙여, '자신들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소통 창구가 없음'을 항변했다. 또한 지난 촛불 정국에서 제주 학생들만 청소년 협의체가 없어 개별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점은 물론 '고교생 참정권 제한의 문제'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생각을 밝혔다.

정책박람회에서 만난 학생들을 통해 우리의 학생들이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다듬어진 생각과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다만 '펼칠 장'이 그 동안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큰 과제로 남게 되었다. 교육정책은 학생들의 직접 교육을 가장 중시해야 한다. 하지만 그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없었다는 점에 대해 40년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교육의원으로서 오늘의 교육과 아이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와 미래세대로서 가지고 있는 사회적 요구를 전제로 한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풀뿌리 교육자치의 최종 목표이기도 한 학교자치의 완성을 위한 학생 자치 활동 보장 논의를 비롯해 학생들의 소통 창구인 청소년위원회 구성과 운영 방안 모색, 청소년들이 비용부담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또래문화공간 조성 방안들에 대해 논의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새 정부가 추진하던 고교생 참정권 확대의 문제를 논의 할 때에도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닌 학생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그들의 논의 결과도 반영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미래사회의 주역인 우리의 학생들이 주체가 되는 새로운 교육을 완성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어른들의 놓아서는 안 되는 의무적 몫이다. 학생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학생들의 오늘과 내일을 다시 생각하고 우리 학생에 대한 인식을 미래지향적으로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