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 심사위원장 심사평-권인호 한국미술협회 이사

서예란 단 시간 내에 이뤄질 수 없는 예술이다. 이번 출품작들에선 화선지와 먹, 그리고 붓을 가까이하고 끊임없는 수련을 통해 고아한 필력을 연마한 노력들이 느껴졌다. 특히 몇 작품은 필력과 조형성 면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될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올해부터 입장자 수가 크게 줄어들어 우열을 가리는 작업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한글 서예는 궁체와 판본 모두 전통을 깊숙이 연찬해 표현한 작품으로 묵직한 울림이 느껴졌고, 한문 서예는 탄탄한 기초와 익숙한 운필을 통해 조화로움을 살렸다. 두 가지 모두 서예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로 입상작을 가리는 중요한 기준이 됐다.

문인화 역시 과감한 운필과 대담한 포치 등 수작으로 판단되는 등 제주 서예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 사료된다. 입상작이 예년에 못 미치지만 그만큼 미술대전을 통해 배출되는 작가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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