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홍석 전 동국대교수 겸 학장·논설위원

제주도흑돼지가 '천연기념물(제550호)로 지정'되었다. 재래종에 불과하더라도 '하나밖에 없는 희귀종'에 대하여, 보존하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에 화두(話頭)로 떠오른 '하나뿐인 지구(only one earth)'와도, 일맥상통하는 모습이다. 지구가 '유일무이한 존재'임으로, 여분이 없는 상황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존(reservation)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사유이다.   

인류는 지구를 무대로 삼고 살아간다. 하지만 생물속성을 갖는 이상 '섭취와 배설의 순환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것마저 지구에 한정되는 관계로, 공기-물-땅으로 구성된 자연에 대한 보전이 필수다. 하지만 보존(保存)과 보전(保全)에 대한 개념자체를 혼동하는데서, 문제되고 있다. 전자가 흑돼지처럼 '유일무이한 것임으로, 보존에 우선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인간사회는 이용을 전제하지 않고, 증가하는 인구수용과 복지를 향상할 수 없다. 

이것이 개발까지 수용하며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보전(conservation)론임으로, 세계추세는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벌어지는 환경운동의 경우, 보존에 무게를 두며 개발까지 부정하는 이상(理想)론에 젖어있다. 또한 이용대상이 되어온 자연의 경우, 동식물은 물론 땅과 물 그리고 공기를 향하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것이 자연영역으로 표현하는 환경범위다. 

하지만 관점과 분야에서 달리하는데서 '자전거바퀴의 살(spoke)'처럼,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는 것이 필수과제로 되었다. 땅 중심의 지(地)권, 하천과 해양중심의 수(水)권, 공기중심의 기(氣)권을 통합하면서, 범위를 확대해온데 따른 것이다. 중요한 것은 모두가 '인간이용대상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점에 있다. 인간의 경우 자연을 이용하는 '주체적 위치'에 있더라도, 상호관계만큼은 시대여건에 따라 달라지게 만든다. 

과거로 갈수록 자연에 무게를 둔 결정론이 우세한 반면, 현재는 자연개조까지 내다보는 가능이론(possibilism)이 우세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연=인간의 공식"을 적용하는 추세다. 자연과 인간관계를 대등(對等)시하며 '조화와 균형을 강조'하는데 주력하기 위한 방책이다. 이것이 보존만을 강조해온 '구(舊)시대적 결정론'에서, 벗어나게 만든 근거다. 이처럼 학문사조(思潮)마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 현실로 되고 있다.   

그럼에도 환경문제를 '예전방식대로 집행'한다면, 이 자체야말로 시대착오이다. 현실은 행동을 앞세우는 시민단체들이 조직력을 내걸고, 환경문제를 좌우하고 있다. 피라미드구조처럼 '정점의 자리'에서, 조정(調整)해야 될 정치권마저 '투표만을 의식'한 나머지, 다수의견을 지지하기에만 바쁘다. 한때에 문제가 되었던 강정(江汀)마을기지와 항만건설도 '보다 발전된 세상'을 열어가려는 국토계획이다.   

제주도위치가 최남단이고, 이어도는 '국토의 극남(極南)으로 위상'을 굳혀왔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미래지향점이 관광에 있든, 해양자원에 있든 간에 '남쪽바다를 향'해서, 무대를 넓혀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중일(韓中日)에 걸친 '삼각지대(triangle)의 첨단위치'를 고려해서라도, 배타적 시각보다 '거시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온당하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은 긍정적인 효과만을 제시하는데 주력해왔을 뿐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사전대비책마저, 소홀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주민반발을 불러오게 했음으로, 담당부서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다 환경문제는 처음에 크게 문제되지 않더라도, 장기간 누적되는 사이에 '구제불능상태로 변하는 속성'을 갖는다. 장기적 대책수립과 함께,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설득만이 해결책'임을 암시하고 있음으로, 이를 실천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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