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항공기가 정한 시간에 출발하지 않고 지연되는 사례가 제주공항에서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정기항공 운송사업에서 정시운항은 철도·버스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의 경우와 같이 승객과의 약속이다. 하루에 수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의 잦은 지연은 승객들의 불만족을 높이고 어떤 경우에는 항공사에 불평하며 따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항공편 지연은 항공사만의 잘못인가? 

항공기 지연 사유는 어디에

항공기 지연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주고 있는 것은 도로교통과 마찬가지로 교통체증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기상현상으로 인한 항공기의 불규칙한 연결이다. 항공사의 과실이나 정비로 인한 지연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근래 들어 저비용 항공사들이 많이 생기고 도입되는 항공기도 늘어났으나 기존의 공항시설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여파로 중국항공사의 운항이 잠정 중단하면서 전체 교통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으나, 내년부터 다시 붐빌 것 같다. 

체증으로 인한 지연은 항로의 혼잡성과 공항의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다. 세계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제주-김포노선의 항공로는 고속도로와 같이 복선화하여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있으나, 정작 이착륙해야 할 공항은 수용능력의 한계로 도착과 출발이 모두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와 해외공항에서 제주공항 상공까지 도착했어도 바로 착륙하지 못하고 주변공역에서 선회비행하며 차례를 기다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출발하려는 항공편은 승객을 태우고 상당시간 줄을 서서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공항을 단 기간 내에 확장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국토부는 계속되는 지연운항에 우선 항공사의 스케쥴을 조정하는 방안으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 비행시간이 50분 정도인 '김포-제주의 구간예정시간(Block Time)'을 기존 65분에서 70분으로 이착륙과정의 시간을 늘렸고, 지상 조업시간도 후속편 지연시간을 흡수하도록 조정하고 있다. 항공사에게는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일이다. 

경제 사정이 좋아질수록 비행기의 이용객들은 증가하게 되며 우리나라와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발전이 항공편을 크게 신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제주도의 항공교통환경은 되레 점점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항의 포화로 항공기 지연상황을 넘어 저비용 항공사 설립 이전에 예약하기 힘들었던 때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은 운임인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도민이나 관광객에게 저가와 시간선택의 편리함이 점점 없어져 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근원적 해결은 공항시설 확충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코자 하는 제2공항 건설은 일부 주민의 반대로 출발부터 순조롭지 않다. 서둘러도 10년 이상 걸리는 인프라 확충인데, 반대하는 주민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대화를 통한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를 바라는 도민들이 많다. 

다행히 지난달 27일 반대주민 및 시민단체 대표, 국토부와 제주도청 관계자간에 간담회가 있었다.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일부에서 다시 제기하는 제주공항 현지 확장안은 매립비용의 과다, 해상환경 파괴, 기존 시가지의 혼잡도 증가, 외도와 하귀지역의 소음구역 확대, 균형발전 저해 등 전문가의 합리적인 연구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고, 혼선만 가져올 뿐이다.

항공사에서는 정한 시간에 이착륙하지 못함으로 연속적 지연의 악순환에 고전하고 있다. 항공기가 지연되거나 결항될 때, 항공사에게만 짜증낼 것이 아니라 정시운항이 되지 못한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 주는데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항공사는 이용객들의 불편이 없도록 애를 쓰고 있어도 불가항력적인 것이 있다. 공항 기본시설 확충이 빠른 기간 안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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