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해빙무드, 제주관광 체질을 바꾸자

사드 이후 바오젠거리 148개 점포들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감축하는 등 지난 1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김용현 기자

유커 회복 기대감에 업계 '동분서주'
저가관광 규제·시장다변화 등 과제

최근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어오면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은 제주 관광업계가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따른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반면 양적 성장에만 치우쳤던 제주관광의 체질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부작용만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제주관광이 과거 '싸구려'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성뿐 아니라 관광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움츠렸던 제주 관광업계 화색

지난 3월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본격화되면서 바짝 움츠렸던 제주 관광업계는 한·중 관계 정상화 소식에 반색하며 유커맞이에 분주한 모습이다.

신애복 바오젠거리 상인회장은 "주요 고객층인 유커의 발길이 끊기면서 바오젠거리 148개 점포들이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종업원을 감축하는 등 지난 1년간 힘겹게 버텨왔다"며 "국가간 관계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업종도 못 바꾸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왔는데 조금씩 희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내 여행사들은 중국 현지 분위기를 주시하며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아직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 금지조치를 풀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여행상품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조만간 중국 측의 공식적인 통보가 있을 것으로 보고 현지 관계자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도내 대형면세점 관계자는 "운항을 중단했던 항공기가 다시 뜨고 여행사들이 상품준비와 모객을 하려면 수 개월이 소요된다"며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진다면 빠르면 내년 2~3월께 중국인 관광수요가 조금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저가관광 악순환 피해야

유커가 돌아온다 하더라도 저가관광에 대한 개선책 없이는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때까지 도내 여행업계는 모객을 위해 중국 현지 여행사로부터 투어피를 받지 않거나, 오히려 인두세를 지불한 뒤 쇼핑 수수료로 이익을 채우는 등 기형적 구조로 운영돼 왔다. 이는 결국 질 낮은 서비스와 무자격 가이드 고용 등으로 이어져 제주관광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관광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두흥 그랜드투어 대표는 "사드 이전으로 돌아가선 안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며 "과도한 초저가관광에 대해 법이나 조례로 규제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관광당국이 업무지침이라도 만들어 위반사항에 대해 패널티라도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유커는 306만여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360만여 명의 약 85%를 차지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항공편 등 인프라 구축을 통한 관광시장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또 저가관광이 주를 이루는 단체관광보다 개별관광객(FIT) 유치를 위한 정책적 전략도 시급한 실정이다. 

[인터뷰] 홍유식 ㈜하나투어제주 대표이사

"관광당국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는 고질적인 저가관광 문제를 풀기 어렵다"

홍유식 ㈜하나투어제주 대표이사는 "이때까지 제주관광은 자유로운 시장경제 속에서 어떻게든 손님을 끌어오기 위해 제 살 깎아먹기식 저가관광을 반복해왔다"며 "결국 마이너스 투어피와 이를 메꾸기 위한 과도한 옵션 강매 등으로 이어지면서 제주관광의 질은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홍유식 대표는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수없이 되풀이되는 뻔한 상황에서도 단지 업계들만의 병폐로 방치한 관광당국의 안이한 태도"라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무자격가이드를 고용하는 등 저가관광을 부추기는 업체를 제재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특히 유커가 돌아오면 지난 1년간 사드 여파로 경영난을 겪은 업체들은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물론 업계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때까지 번번이 실패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유일한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이어 홍 대표는 "장기적인 차원에서도 제주도가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고가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관광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며 "관관산업이 제주의 핵심 산업인 점을 고려해 이번만큼은 명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해 저가관광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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