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논설위원

한·중 두 나라는 지난 31일 발표한 '한ㆍ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란 공동 문서를 통해 사드로 악화일로를 걷던 관계를 봉합하고 관계 개선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11월에 베트남에서 열리는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 맞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열기로 했다. 이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만남도 추진 중이라고 하니 문 대통령의 연내 중국 방문 가능성도 한결 높아졌다. 이 같은 일련의 한ㆍ중 양국의 협의와 만남이 한ㆍ중 관계를 복원하고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사드 보복의 피해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기는커녕 가해자인 중국의 요구만을 받아드린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지난 30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국감에서 '사드 추가 도입과 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발전'은 없다고 한 이른바 '3 NO'가 이번 협상에서 약속된 것이라면 안보상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작년 7월 한ㆍ미간에 사드 배치가 공식화 된 이래 중국의 폭력적인 보복은 1년 4개월이나 계속되었다. 그간 이 같은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물론 현대자동차나 롯데와 같은 대기업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그렇지만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으로 입은 피해 내용이나 액수를 집계하거나 발표한 일이 없다. 또한 이 같은 피해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지도 않았고, 이번 협의 과정에서도 항의 내지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아내지도 못했다. 북핵문제의 키를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어디 그것이 정부가 할 소리인지 답답할 뿐이다.

그러니 사드 보복으로 제주도가 입은 피해는 그 어느 지역보다 크지만 어디고 호소할 길이 없었던 것이 당연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제주도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어 금년 9월 현재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을 65만 57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3만 5437명보다 73.1%(177만 9676명)가 줄었다고 한다. 특히 제주도는 금년도 강정항 크루즈 개항을 계기로 제주항 525회, 강정항 178회 등 703회의 크루즈 운항으로 15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예상했으나 지난 3월 중국발 크루즈선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지난 10월 22일 현재 올해 누적 크루즈 관광객은 17만 명에 그쳤다. 이 외에도 면세점 매출은 거의 50%가 감소했고 12조 7천억원에 이르는 제주 관광개발사업도 중국 정부의 해외송금 규제로 중단 상태라 각종 피해 규모는 다른 지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크다고 한다. 

이처럼 제주도가 지역적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어서인지 이번 한ㆍ중관계의 복원에 기대감이 남다르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 재개 움직임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왜냐하면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청정지역에서의 쾌적한 생활, 관광이 어렵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적어도 제주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이 시점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냉정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번 한ㆍ중협의 결과가 제2, 제3의 사드 보복 우려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개연성 때문인지 도하 중요 언론 매체들도 '미완의 한ㆍ중관계 복원','폭력적 재발','반갑지만 마음 편치 않은 복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발전 방향은 특수성과 다양성에 기반 한 양적 발전에서 질적으로의 발전을 모색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특수성과 다양성은 언제 어디에서도 존속과 발전을 위한 경쟁력의 필수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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