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용두사미(龍頭蛇尾). 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뜻이다. 크게 떠벌려 시작했다가 보잘것없는 결말로 끝나는 것을 말한다. 용두사미는 송나라 때 「벽암집」이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란 고승이 있었다. 어느 날 한 낯선 중이 용흥사에 찾아왔다. 그래서 진존숙은 정중하게 물었다. "대사께서는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러자 그 중은 느닷없이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그 중은 소리만 질렀을 뿐 그 다음은 묵묵부답으로 딴청을 부리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오랜 기간의 수행으로 도를 터득한 고승의 특별한 시위쯤으로 받아들였던 진존숙은 이내 자신의 순간적 판단이 그릇되었음을 알아차렸다. 진존숙은 "닮기는 했으되 아직은 미치지 못하는군. 말하자면 '용두사미'인 것 같군"이라고 말한다.

욥(Job). 성서에 나오는 인물 가운데 한명이다. 성서에서 부자면서도 고결한 품성을 가진 욥은 신의 시험을 받는다. 욥은 자식들과 재산을 잃고 피부에 종기까지 얻는다. 그의 아내는 "신을 욕하고 죽으라"고 원망한다. 그러나 욥은 "우리가 신으로부터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라고 대답한다. 그러던 중 욥의 친구 빌닷이 찾아온다. 빌닷은 욥과 대화를 하다가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고 말한다. 욥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다. 욥은 재산을 되찾고, 새로운 자식을 얻는다.

민선 6기 제주도정도 출범 초기에는 도민들의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용두사미'가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군은 이번에도 거창한 구호를 내세울 것이다. 도민들은 용두사미보다 '사두용미'를 높이 평가할 것이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심히 창대해 도민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신에게 시험을 받던 욥이 "신으로부터 복을 받았은즉 화도 받지 아니하겠느냐"라고 말하는 것처럼 도내 정치인들도 도민으로부터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질타도 받는다. 임기 말에 도민으로부터 "정치인을 닮기는 했지만 아직은 미치지 못한다"란 평가를 받는다면 도민과 정치인 모두 불행한 상황일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