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석 제주특별자치도 소방안전본부장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처음으로 '소방청'이 공식 출범한 지도 벌써 몇 달이 흘렀다. 사실 소방청의 개청은 모든 소방 가족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제 육상재난 대응 총괄기관으로서 소방의 책임은 더욱 막중해졌다. 제주소방 또한 마찬가지여서, 앞으로 더욱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도민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 어깨를 무겁게 한다.

올해 발생한 제주소방의 관행적 공직비리 사건과 음주 구급출동 사건은 제주도민에게 크나큰 실망감과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사건이었다.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여 그동안의 신뢰가 모두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도민에게 사과하는 마음가짐으로 제주소방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넘어 공직비리 자체의 근절을 위해 보다 강화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조리 발생의 원천적 차단과 함께 조직문화와 체질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을 다짐해 본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길은 119본연의 임무에 다시 충실을 기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우리 대원 모두는 다시 한 번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올 한 해 동안 제주소방은 화재 유형별 소방훈련 및 긴급구조통제단 가동 훈련 등으로 재난 대응전문성을 확보하여 제주 도민의 생명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와 함께 전문 구급인력과 차량 및 장비의 보강, 펌뷸런스 출동시스템 가동을 통한 응급환자 생존율 향상 등 119구급서비스 자체의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존중, 함께하는 국제안전도시 제주 구현"은 다시 한 번 소방공무원의 하나 된 다짐과 도민 모두의 신뢰가 한 마음으로 묶여야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민의 오랜 숙업사업인 소방헬기 도입은 현재 헬기조립 공정률 98%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민들이 우려하는 헬기 안전성 부분에 있어 다목적 국산헬기 수리온의 감사원 감사 결과 제기된 지적사항은 이미 개선사항이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최종 도입 전 인명구조헬기로서 적합하게 제작되었는지 여부에 대해 국토교통부 안전성검사(특별감항증명)가 한층 강화되어 현재 실시 중에 있으므로 더욱 안전성이 확보된 헬기가 도입될 것이다. 헬기 도입과 격납고 시설 완공으로 소방항공대가 발대되면, 인명구조와 고층 화재진화 및 응급환자의 도외 이송 등 도민 생명보호의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게 될 것이다.

국제안전도시 제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현장대응력 강화와 함께 평소 도민과 관광객들의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체험 교육 또한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 부분이다. 제주만의 특색을 반영한 안전체험을 위해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안전체험관 건립자문단의 지속적인 회의와 도민 및 관광객, 도내 학교 교사 등 약 2000명에 대한 설문조사와 의견수렴을 통한 다양한 제안으로 제주 안전체험관의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화재예방 및 대피,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난, 응급처치, 교통·선박·항공기 사고 등 여러 분야의 체험시설과 공간구성이 검토되는 등 건립을 위한 제반사항들이 세밀하게 준비되고 있다. 

지난 9월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국제안전도시 3차 재공인이라는 금자탑을 쌓는 영광을 안았다.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친 국제안전도시공인센터(ISCCC)의  엄격한 평가 끝에 확정 통보를 받은 것이다. 이것은 도내 안전 관련 35개 기관 및 단체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자살, 교통, 화재 등 10대 분야 100개 사고 예방 프로그램을 꾸준히 추진한 땀의 소산이다. 제주소방은 이에 그치지 않고 도민 사고로 인한 손상의 획기적 감소, 도민 체감 및 참여형 안전도시 사업 전개 등 국제안전도시 3기 추진전략을 마련하여 도민 중심의 안전도시 조성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55주년 소방의 날을 맞이하는 지금, 제주소방의 한결같은 사명은 오로지 도민 생명과 재산의 보호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 본다. 우리 소방공무원들은 앞으로도 도민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낌없이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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