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주 봉성교회 목사·논설위원

영화 "몬도가네"가 엽기적인 문화현상을 담은 보고서로 주목을 끌었던 시절이 있었다. 정확한 표기로 몬도 카네(세상은 개판이다)라는 시각으로 고발하는 탐사 영상들이었다. 문명사회와 미개한 지역을 오가면서 비교하기도 하고, 비판적으로 해석하던 장면들이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꼭지로 소개된 카고 컬트(cargo cult)가 매우 흥미롭다.  

뉴기니 고산지대에서 외부세계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석기 시대 수준의 삶이다. 기술문명을 접하면서, 문화충격을 받게 되었다. 특별히, 비행기와 거기서 나오는 화물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큰 새라고 관찰하는데, 하늘에 있는 조상신들이 보내는 선물이 그 안에 담겨 있다고 이해하였다.이를 백인들이 가로채서, 우리들에게 전달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비행기와 활주로 그리고 관제탑까지 흉내 내어 만들고, 밤낮으로 선물이 제대로 착륙하도록 기다리는 현상이 생겨났다.    

우리말로 적하의례, 화물숭배 등 용어들이 만들어졌지만, 쉽게 그 내용을 전달하지는 못한다. 그냥 카고 컬트가 낫다고 본다. 남태평양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현상들이 발견된다고 한다. 이차대전 때에 군사적 목적으로 일시 활용되다가 폐허로 변한 공항에서는 원주민들이 비행기 착륙을 유도하는 관제사의 깃발신호를 모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일은 옛날에 큰 배를 목격하던 시절에도 있었다.  

연전에 만난 신학자는, 연구하거나 발언하기 어려운 주제로 세 가지를 짚었다. 진화론, 이슬람, 동성애 문제에 대해서 한국교회의 다수가 워낙 완강한 입장을 보이며, 다른 생각에 조금도 여유를 허용하지 않기에 괴롭다는 이야기다. 
생명과 우주의 기원에 관한 논쟁에서, 성서의 창조 기사를 그대로 따르느냐, 아니면 생물학의 진화론을 수용할 것인가는 선택을 강요한다. 그리고 이에 관한 성서 내용을 모두 문자 그대로 진리로 인정하는 태도만이 바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도, 현대 생명과학의 과실은 그대로 먹고 있다. 자연과학 이론 중에 맘에 드는 것은 맥락에 상관없이 인용하고 창조론의 논리적 근거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슬람이 한국사회를 점령하기 위한 전략에 결연히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오는 곳에 무질서와 반문화가 급속히 번진다고 우려한다. 과격한 테러리스트들의 만행을 이슬람 세계의 중심 세력이라고 의심한다. 우리들은 평화를 지향하지만, 저들은 늘 발톱을 감추고 있는 맹수라고 경계한다. 그러기에, 이슬람의 팽창을 두려워하던 옛날 유럽의 정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의 가장 나쁜 부분과 우리의 좋은 부분을 비교하며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인 태도가 아니다.   

동성애라는 주제에 이르면 더 절박하게 호소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바짝 방어하여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백 년 전에는 이러한 차별과 배제가 인종차별, 여성 억압에 비슷하게 작동하였다. 인종 차별이 성서의 명령이라고 주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여성을 사람으로 인정하지 못하던 시대에도 같은 해석이 신도들을 지배하였다. 신분이 하늘이 내린 질서라고 강변하던 시절에도 그들의 무기는 성서요 그 해석에서 연유한 교리였다. 

지난 한 해 진행된 한국사회의 변동에서, 한국교회는 이를 제대로 좇아가지 못하였다.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움츠리는 태도는 흡사 병자년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의 조정 같은 모습이다. 단단하게 뭉치고 일시에 반격한다고 주장하지만, 희망적인 소식은 없다. 

옛 것이 소중하고 그대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소중하긴 하다. 그러나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의도하지 않고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달라지고 있다. 생명체가 활력을 유지하는 길은, 환경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데 있다. 그 교호작용을 멈추거나 피하는 것은 생명의 능력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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