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김상훈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 원장

김상훈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 원장. 고경호 기자

장애인 위한 헬스장 조성
직업재활 시설 설립 박차

"집에서 출근해 직장에서 일을 한 후 헬스장에 들려 운동하는 삶.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장애인들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장애인들이 사회 속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청년이 있다.

사업 실패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장애인들의 평범한 삶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김상훈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 원장(35)은 최종 목표인 '장애인이 주인인 회사'를 만들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임상심리를 전공한 김 원장은 지난 2010년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센터를 다니던 장애인들이 만 18세가 되면 정부 지원 중단으로 다시 집이나 시설에서 생활하게 되면서 그동안의 심리치료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정부의 심리치료 지원은 만 18세까지다. 성인이 되면 장애인 연금 외에는 대부분의 지원이 끊긴다"며 "장애인들이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왔지만 성인이 되면 물거품이 돼버린다. '왜 우리가 심리치료를 해야 할까'를 놓고 직원들과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고민은 '그렇다면 성인이 된 장애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고, 결국 2015년 장애인들의 경제 활동이 가능한 커피숍을 열게 됐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사회복지'라는 취지만 갖고 막무가내로 시작한 사업은 불과 1년 만에 실패했다.

김 원장은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수익성이 없었기 때문에 문을 닫게 됐다"며 "장애인들을 위한 사업은 경영자적 마인드와 사회복지 마인드가 함께 갖춰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회상했다.

김상훈 원장과 한국재활심리치료센터 직원들. 고경호 기자

이후 또 다른 장애인 복지 사업을 준비하던 김 원장은 우연히 방문한 헬스장에서 충격을 받았다.

주위 도움 없이 스스로 운동하던 다운증후군 회원이 다른 회원들의 '항의'를 이유로 헬스장으로부터 '그만 나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애인과 가족들이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헬스장을 직접 만들겠다고 다짐한 김 원장은 지난 1일 제주동부경찰서 맞은편에 '더원트레이닝센터'를 오픈했다.

김 원장은 현재 장애인 회원들을 대상으로 직접 일대일 맞춤형 트레이닝을 제공하고 있다. 비용도 일반 헬스장보다 절반 가까이 낮췄다.

김 원장은 "헬스장은 개인사업장이다보니 정부 지원이 없는데다 자원봉사자도 모집하지 못한다"며 "심리치료센터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헬스장 운영에 보태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의 다음 목표는 한 번 실패를 맛봤던 장애인 직업재활이다.

김 원장은 "장애인들이 주주이자 주인인 회사를 만들어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게 최종 목표다"라며 "'일-운동-집'의 패턴이 형성되면 장애인들도 집이나 시설에 갇혀있지 않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의 사회복지 정책도 이러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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