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박근혜 정부 집권기간 동안 산하기관 또는 유관기관에 재취업한 문체부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이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같은 기간 퇴직한 문체부 공무원 131명의 30%에 해당한다. "전직 공무원이 퇴직 후 낙하산으로 가있는 산하 유관기관을 과연 문체부가 제대로 관리감독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노웅래 의원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뜩이나 갈 길 바쁜데, 평생 철밥통으로 재직하다 퇴직하자마 낙하산으로 산하유관기관에 기어들어 새로운 일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문체부는 산하기관 18개 유관기관만 40개에 이르는 공룡기관이다. 이들 산하유관기관들은 사실상 정부사업의 중간매개기관 및 대행사업소의 성격기관들이다. 오랫동안 이어져 온 중장집권형 문화정책이 낳은 산물인 셈이다. 문제는 낙하산이냐 아니냐의 여부보다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 지역분권 문화자치를 내세우고 있다. 실질적으로 지방예산마저 상당량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겠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도종환문화부장관 역시 역대 어떤 장관보다도 본격적인 지역문화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패러다임에 맞게 중앙정부가 설립한 산하 및 유관기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이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시대적 대세가 지방을 향하고 지역문화 중심의 문화정책으로 간다는 큰 흐름이라면 이제 중앙정부 중심의 산하기관들의 일과 예산 역시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현재의 중장부처 유관산하기관의 상당부분이 축소되고 그 기능 역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 이들의 지방이양은 어디로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 이들 기관의 사업들은 지금도 상당부분 지역문화재단들에 공기관대행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옥상옥인 셈이다.이러한 옥상옥 상황은 사업의 효율성과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힘든 것이기에 개선되어야 한다. 문화부가 사업결정권의 자율성을 지역에 이관, 상향식 사업결정권과 함께 과감하게 지역에 예산을 내려보내는 직접지원방식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전달경로는 다양함을 너머서서 너무 복잡한 상황이다. 공급자인 정부와 수급자인 국민 사이의 과정이 정부-산하유관기관-지자체-지역재단-국민 등의 경로르 포함하여 대여섯 경로가 된다. 이러한 최초 공급자와 최종수급자사이에 중간매개기관이 많을수록 비효율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고 예산낭비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과정을 단순화하고 효율성과 실질성을 높일 필요가 있는데 이는 자치분권의 기조에 담을 때 가장 긴급하고 필요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책전달경로가 정부-지역재단-국민으로 이어지는 단순화와 역할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역문화재단은 무늬만 지방자치라고 욕먹는 대한민국 지방자치제도의 어쩌면 가장 성공한 산물이다. 다른 기관과 달리 지역문화재단들은 지방자치단체가 출연하여 설립한 조직으로 이조직은 기본적으로 분권적이며 그 자체로 지역적인 조직이며,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조직들이다. 특히 중앙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자율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는 새 정부의 기조인  '자율·분권·협치'의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조직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즉 자치분권시대에 준비된 지역기관이라는 것이다. 광역문화재단은 1995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인 1997년 경기문화재단의 설립을 시작으로 강원(99), 제주(01) 등이 잇따라 설립되면서 최근에는 세종('16.11), 울산('16.12)재단까지현재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경상북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광역문화재단들이 설립되었다. 이러한 광역문화재단의 존재는 전국적 범위에서 다양한 지역의 욕구와 필요성에 근거한 사업들을 수행해낼 수 있는 소중한 범국가적 자산이다.

하지만 이러한 광역문화재단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문체부는 지역문화재단을 중앙사업의 지방사업소 수준으로 취급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러한 관계를 청산하고 지역분권과 균형발전 문화자치의 시대를 위해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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