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치우치지 않고 불공평하지 않는다면 왕도는 크고 넓게 펼쳐질 것이며, 불공평하지 않고 치우치지 않는다면 왕도는 평탄할 것이다"

「서경」의 '홍범구조'에서 탕평에 대해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탕평이란 왕도 정치를 실현함으로써 각 당파 사이의 관계를 적대에서 연립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탕평책이라는 말을 처음 낸 것은 조선 숙종 때였다. 탕평책이 빛을 본 것은 영조 때였다. 영조는 즉위하자마자 선조 이후 당쟁의 폐단을 지적하면서 당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노론과 소론 영수들을 불러 화목을 권했다. 만약 당쟁이 지속된다면 왕권도 약화되고 나라 자체 존립이 위태롭다고 본 것이다. 영조 뒤를 이은 정조 역시 탕평에 힘을 기울였다. 그는 자신이 머무는 방의 이름을 '탕탕평평실'이라고 정하고 노론과 소론 뿐만 아니라 서얼출신까지 기용,신의 의지를 드러냈다. 

묵을 잘게 썰고 여기에 푸른 미나리, 하얀 숙주나물, 노란 달걀, 빨간 고추, 검은 김 등 여러 색깔의 음식을 하나의 그릇에 넣고 먹는 요리를 '탕평채'라고 한다. 탕평채는 영조와 정조 때 실시한 탕평책에서 비롯됐다. 여러 재료가 잘 섞여야 탕평채의 참맛이 나듯 신하들도 서로 도와야 나라가 안정되고 부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영조와 정조의 탕평책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정책이 절실하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교육중심 학교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제주도교육청 공무원노조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도교육청 공무원노조들은 이석문 교육감에 대해 '제주교육의 수장'이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이라는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일선학교에서 교사들이 담당했던 방과 후 학교 업무와 돌봄업무, 정보업무 등을 행정실로 이관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면서다. 

이석문 교육감이 추구하는 '학생중심, 교육중심'이라는 교육철학을 일선 학교에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교원은 물론 지방직 공무원들의 동참과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포용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새는 한쪽 날개만으로는 결코 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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