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13일 오전(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문화센터(CCP)에서 열린 제31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프란시스코 구테레스 동티모르 대통령, 문 대통령,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재신더 아던 뉴질랜드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연합뉴스

아세안 정상외교 계기 新남방정책 가시화…"임기내 10개국 모두 방문" 
위기 대응 '평화공동체' 구상…북핵·테러·사이버 등 복합위협 공동대처
교통·에너지·수자원 관리·스마트 정보통신 등 4대 중점 협력분야 선정
글로벌 인프라펀드 2022년까지 1억弗 추가조성…한·亞 협력기금 두배로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필리핀에서 막을 올린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對) 아세안 협력 구상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사람'을 중시하는 '미래공동체'를 만들어나간다는 한국과 아세안의 공동비전을 토대로 오는 2022년가지 5년간에 걸쳐 양측의 협력관계를 한반도 주변 4강(强)인 미·중·일·러 수준으로 격상시켜 나가는 내용의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제시한 것이다.

한국의 2위 교역 상대이자 투자처이면서 세계경제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동반자' 차원을 넘어 '공동체' 수준으로 전면화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경제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개념의 '신(新) 남방정책'의 구체적 방향과 실행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극동지역과 유라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신 북방정책과 아세안과 인도를 대상으로 하는 신 남방정책이 'J-커브' 형태로 연결되는 번영축을 구축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앞서 열린 '기업투자서밋'(ABIS)에서 제시한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의 핵심은 '3P'로 요약된다. '더불어 잘사는(Prosperity) 사람 중심의(People) 평화(Peace) 공동체'를 구현하는게 그 핵심이다.

이 가운데 가장 중심적인 개념은 '사람'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사람이 먼저다'와 아세안이 추구하는 '사람지향, 사람중심'의 공동체 비전이 서로 일치하고 있는 점에 주목, 양국 국민들이 고루 혜택을 누리는 쪽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제 정치철학은 아세안이 추구하는 '사람 지향, 사람 중심' 공동체 비전과 일치하는데, 미래를 함께하기 위해선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그동안의 한국과 아세안 협력이 '정부 중심'의 협력에 치중했었다는 자성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0년 한국과 아세안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후 주로 정치·안보·경제협력에 중점을 두면서 민간분야의 협력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아세안 창설 50주년인 올해를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라고 지정하고 다양한 문화·인적교류를 추진해나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장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 고위급 인사 교류 뿐만 아니라 민간차원의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이 적극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국민들이 보다 쉽게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사증(Visa)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며 "아세안 중소기업 근로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직업기술교육훈련(TVET) 지원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부 내에 '범정부 아세안 기획단'을 설치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종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세안 주재 재외공관의 기능과 조직도 강화하겠다는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또다른 미래공동체의 콘셉트는 모든 국민들이 안전한 '평화(Peace) 공동체'다. 아세안 각국 정부와 양자·다자차원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테러·폭력적 극단주의, 사이버 폭력 등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대처해나간다는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방·안보·방위산업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과 관련해 주목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더불어 잘사는 상생협력(Prosperity)'이다. 특히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의 추가 자유화 협상 등을 통해 보다 자유롭고 포용적인 성장의 길을 닦겠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 회원국과 상호 연계를 증진하기 위해 아세안이 추구하고 있는 '아세안 연계성 종합계획 2025' 및 '제3차 아세안 통합 이니셔티브 작업계획'의 이행을 적극 지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같은 '3P'의 실현을 위해 전(全) 정부적 역량을 집중하고 정상외교의 '중심'도 아세안에 두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범정부 아세안 기획단'을 설치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세안 주재 재외공관의 기업지원 기능과 조직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적으로' 한·아세안 협력 강화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역내 연계성 증진'을 목표로 ▲교통 ▲에너지 ▲수자원 관리 ▲스마트 정보통신 등 4대 분야를 중점 협력분야로 정하고 관련 지원예산을 기금을 대폭 확대해나간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한국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에 2022년까지 1억 달러를 추가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현재 연간 700만 달러에서 2019년까지 연간 1천400만 달러로 두 배 증액하고, 한·메콩 협력기금에 대한 정부 출연규모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한·아세안 FTA 협력기금도 대폭 증액해 양측 간 FTA 활용도를 높여나가는데 활용함으로써 2020년까지 상호 교역규모 2천억 달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19년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계기로 개최될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정책추진 상황을 중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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