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철 편집부 차장대우

"그 많은 시험 과목을 하루에 다 치른다고요? 그게 가능한가요?"

지난 9월 기획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핀란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소개하자 한결같이 돌아온 반응이다.

핀란드의 고등학생들도 우리의 수능과 비슷한 입학 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ination)을 치르지만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서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험을 하루에 치르지 않고 여러 학기에 걸쳐서 나눠서 치르기 때문이다. 시험 시기는 연 2회로, 시험을 어느 시기에 치를지는 학생이 입학 초기에 세운 개별 학습계획에 따라 선택한다. 예컨대 2학년 2학기부터 3학년 2학기까지 등 연속 3학기에 걸쳐 시험을 볼 수 있다.

구역별 시험장도 따로 두지 않고 그저 자신의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에 마련된 책상에서 시험을 보면 된다. 서술형 문항이 많다보니 채점은 1차 학교, 2차 국가로 나눠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 150년 역사의 핀란드식 수능은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특히 '단 하루만에 인생이 결정된다'는 우리나라 수능과 비교하면 그들의 여유에서 부러움마저 생긴다.

매년 11월 셋째주 목요일, 나라 전체가 긴장에 돌입하는 수능 날이다.

제주 역시 '수능 총력전'에 돌입했다. 관공서 등은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늦췄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항공기 소음 통제도 실시한다. 여기에 제주경찰은 순찰차·싸이드카 55대를 동원한 특별 교통관리 대책을 추진한다.

수험생들도 이날 만큼은 인생 최고의 집중력과 컨디션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왔을 것이다. 
잠자는 시간 조절부터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듣지 말아야 할 음악 등 온 신경을 수능에 맞춰온 나날들이 오늘로 마침표를 찍는다. 모든 수험생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서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기를 기원한다.

다만 앞으로는 이같은 수험생들의 희생과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수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마침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1년 유예돼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한 시점이다.

한편 오늘(16일) 치러질 예정이었던 2018학년도 수능시험은 15일 경북 포항에서 일어난 지진 여파로 일주일 후인 오는 23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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