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중국과의 관계가 진정 국면으로 전환되는 추세이다. 역사적으로 대중 관계는 협력과 지배 종속 관계가 공존했다. 한국은 중국과 교류 협력으로 선진 문물을 수용해 전통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원군은 조선이 위기에서 벗어나는데 중요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한국 최초 국가인 고조선은 한나라 침략으로 역사를 마감했다. 한국사에서 중국과 나름의 대등한 관계를 형성했던 고구려는 중국에 위협적 존재로 부각되자 수나라는 대규모 침략으로 고구려를 약화시켰고 당나라는 신라와 연합, 한국사 최강대국이던 고구려를 멸망시켰다.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의 역사도 북방 계열로 범중화권인 거란족에 의해 종식됐다. 고구려와 발해 멸망으로 만주를 상실한 이후 한국사는 중국과 자주적 대등성은 사라지고 일방적 종속의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고려 시대는 요나라(거란족)의 침략을 받았고 금나라(여진족)의 압박에 놓였으며 원나라(몽골족)의 침략으로 그 지배권에 놓였다. 조선 시대는 청나라(만주족)의 침략으로 종속적 지위가 심화됐다. 현대에도 한국전쟁 시기 한국 주도 통일을 눈앞에 두고서 중국의 군사 개입으로 분단의 아픔은 이어졌다. 지금도 중국은 북한과 혈맹으로 북한 체제를 유지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국과 협력 속에서도 한반도에 대한 부단한 침략과 압박을 통해 한민족이 강력해지는 것을 차단하고 동족간 분열을 활용, 한반도에 대한 지배력을 지속시켜 왔다. 

1970년대 말 중국은 개혁 개방을 통해 시장 경제 체제 도입 이후 고도 경제 성장으로 경공업, 중화학공업, 첨단산업의 압축적인 단계적 발전을 이루며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떠올랐다. 그간 중국은 해외 투자 유입으로 세계 공장 역할을 하였지만 이제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를 기반으로 전 세계 주식, 채권, 부동산, 광물자원(에너지), 첨단기업 등 여러 분야에 투자하며 미국 다음으로 해외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높아졌고 미국 경제 역시 중국과 상호 의존성이 심화돼 중국 경제 성장은 세계 경제 발전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또한 중국은 미국과 세계 최대 무역국으로 부상, 차이메리카 시대를 열며 G2(주요 2개국) 체제를 구축했다. 오늘날 중국의 중속 성장세와 미국의 저성장세를 감안하면 경제적 측면에서 뉴욕을 기반으로 한 달러화 중심의 미국 패권 체제는 향후 상하이를 기반으로 한 위안화 중심의 중국 패권 체제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위상은 동아시아에도 적용돼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서 중국 경제 성장은 한국의 수출 활성화로 이어져 국내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협력은 경제적 관점에서 포기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다음으로 외교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동아시아 전략상 한반도에 한국 주도의 통일국가가 구축돼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기보다 현 분단 체제의 안정적 유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작금의 북한 핵무장은 한반도의 불안정과 갈등을 촉발함으로 한반도 비핵화 기조는 중국의 동아시아 전략과도 상충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이자 원조국으로 중국의 대북 교류와 원조가 중단될 경우 북한 체제의 장기적 유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외교적 방식인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박 및 제재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데 중국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중국의 많은 부정적 측면에도 불구, 한국의 안정적 경제 성장과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강력한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중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피한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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