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다시 지진 공포에 휩싸였다. 15일 오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5.8 강진에 이어 기상청 관측사상 역대 두번째 규모로 서울 도심은 물론 제주지역의 일부 아파트나 고층건물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 지진 여파로 16일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초유의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 1년여 사이에 규모 5 이상의 강진이 잇따르면서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지역에서는 2014년 7차례, 2015년 8차례, 2016년 11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들어서도 지난 1월 제주시 동쪽 23㎞ 해역에서 첫 발생 이후 지난 11월8일까지 11차례 지진이 있었다. 대부분 규모 2.9이하로 강도는 약하지만 발생 빈도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제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제주가 지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임에도 대응력은 취약하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내진설계 대상 공공시설물 1142곳 가운데 현재 내진설계가 된 시설은 543곳(47.5%)에 불과하다. 민간건축물은 내진적용 대상 4만8981곳 가운데 23.2%인 1만1372곳에 그쳤다. 학교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학교 가운데 내진성능을 갖춘 곳은 대상 건물의 15.4%로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도내 대다수 건물이 지진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제주가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안일한 생각은 더이상 안된다. 지진은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앙이다. 어느 순간 우리 삶에 들이닥쳐 고통을 줄 지 모른다. 하지만 지진을 막을 수는 없어도 건축물 내진 보강과 대피소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이나 대응 훈련·교육 등 선제적 대비책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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