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湖岩) 양창보 화백(66·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의 제20회 한국화전이 27일부터 3월5일까지 제주도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된다.

전시작은 80∼100호 크기의 작품 8점을 비롯해 모두 27점으로 수묵이 주는 담백함에 보는 이의 마음이 편안하게 해준다.

작품 소재는 늘 그렇듯 한라산과 범섬, 산방산, 송악산, 탐라계곡 등 제주의 풍광을 담고 있다.

양 화백은 그러나 기존의 전통 산수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통 동양화 기법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독특한 화면을 선사한다.

양 화백은 수묵을 골간으로 선의 운필과 발묵을 겸한 1차 작업을 거쳐 작품 분위기에 맞게 채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작품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나무의 표현처리나 산이나 오름, 초가, 고깃배 등의 표현에서 볼륨이 강조된 것은 서양화적인 표현기법과 접맥돼 있다.

또 어떤 대상을 부분적으로 확대 묘사하거나, 어떤 형상을 변형하고 파괴하는 작업을 통해 감상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동원해 무언가를 느끼도록 해준다.

바람을 타지 않는다는 화실의 명칭 「풍외산방(風外山房)」처럼 양 화백은 미술품 제작 성향이 다양화하는 추세에 아랑곳없이 40년 넘게 산수화 위주의 작품 제작을 고집하고 있다.

애월상고·서울대 미술대학을 졸업한 양 화백은 ‘한국현대미술대전’‘국제현대미술교류전’‘한·중작가 200인 초대전’‘아세아 7개국 작가 초대전’‘제주-오키나와 미술 교류전’등 수십회의 초대전과 동인전에 출품했다.

제주예총 회장과 제주도미협 회장을 역임했으며, 제주여고 교사·오현고 교사 등을 거쳐 지난 74년부터는 제주대 인문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시개막=27일 오후 6시. 문의=742-1500, 75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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