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진 대응체계 현주소는

16일 오후 경북 포항시 장량동 한 필로티 구조 건물 1층 기둥이 뼈대만 드러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1978년 관측 이래 제주 해상 외 육상서 4차례 발생
2015년 기준 필로티 구조 도시형 생활주택 192단지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 이어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가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의 경우 지진 진앙지는 대부분 해상이지만 1978년 관측 이래 1995년 9월, 2004년 8월, 2014년 4월, 2016년 11월 4차례 육상에서도 규모 2.3~2.6의 지진이 발생했다. 제주 역시 지진 위험에서 예외가 아닌 만큼 지진 방재 대책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건축물 내진보강 과제

제주도 등에 따르면 국내 내진 설계는 1988년 6층 이상, 연면적 10만㎡ 이상 건축물에 대해 처음 의무화됐다.

이 규정은 2015년 3층 또는 500㎡를 거쳐 올해 2월부터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 건축물로 내진 설계 의무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건축법 강화에도 불구, 도내 민간건축물 4만8981곳 중 단 1만1372곳(23.2%)만 내진 설계가 적용되는 등 지진 대비가 허술한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달 24일 내진설계 의무화 대상이 2층 또는 200㎡ 이상으로 대폭 확대되면서 내진 적용 대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제주지역 학교 건물의 내진성능 확보 비율도 14.9%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내메시지 보완 주문
기상청은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하자 오후 2시30분 이동통신 기지국을 통해 전송되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이와 별도로 제주도는 이날 2시58분 재난문자서비스에 가입한 도민 10만1400명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재난문자 운영 규정상 진도 3.0 이상이면 즉시 발송토록 하고 있지만 이날 제주 계기진도는 진도 2 수준이었다.

하지만 기상청의 긴급재난문자나 지자체 재난문자의 경우 '안전에 유의해달라'는 안내 문구에 그치고 있는데다 이마저도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진 발생 안내 문자에 대해 "이번에 문자 메시지가 잘 조처됐다고 하지만 어떻게 대처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보완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로티 구조 지진 취약
경북 포항 지진으로 1층에 벽이 없이 기둥만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얹는 형식의 '필로티 구조' 건물의 안전성 문제도 불거졌다.

필로티 구조 건물은 건물 전체를 지탱하고 있는 하부 층이 약하기 때문에 지진에 취약하다. 이러한 구조적 위험성에도 2002년 주택의 주차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필로티 구조가 확산됐다.

게다가 2005년까지 6층 미만 건물은 내진설계 대상에서 제외돼 상당수 필로티 구조 건물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도내 도시형 생활주택 315단지 가운데 필로티 구조로 지어진 곳은 192단지(60%)로 파악됐다.

윤 의원은 "주거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주거정책이 지진 등 재해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후약방문식 정책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욱 교수

[인터뷰] 이동욱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토목공학과 교수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기둥에 강재를 덧대야 지진에 따른 붕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다시 말해 철근구조물을 철골구조물로 바꾸는 작업이 시급하다"

이동욱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토목공학과 교수는 "건축물을 지을 때 기둥과 벽체가 함께 있어야 지진 등에 따른 흔들림이나 비틀림이 가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데 필로티 구조물은 벽체가 없기 때문에 외부요인에 약할 수밖에 없다"며 "필로티 구조로 지으려면 일반 건축물의 기둥보다 최소한 2~3배 두꺼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반이 튼튼한 제주지역 특성에 따라 시공사들은 주차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필로티 기둥의 단면을 줄이기도 한다"며 "이 경우 철근도 설계보다 적게 들어갈 수밖에 없어 포항 사태처럼 지진 발생 시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제주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철근에 콘크리트를 덧씌운 필로티 기둥에 H형강, L형강 등의 강철재를 덧대 보다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내진 설계 자체가 적용되지 않은 학교 시설물에는 중앙중학교의 사례처럼 내진 보강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차공간 확보, 층수제한 완화 등 필로티 구조물에 대한 행정적 혜택이 강화된 만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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