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배 제주관광공사 사장

제주관광공사 4대 사장으로 취임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비슷한 시기에 한-중 관계가 해빙모드로 전환되면서 관광업계의 발길이 더 분주해졌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원칙에 대해 다시 고민해본다. 2016년부터 변화를 시도해온 질적 관광에 대한 원칙과 기준얘기다. 

올해 3월, 한국의 사드(THAAD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문제로 인해 한-중 관계에 냉각기류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물론, 중국과의 무역과 민간교류가 확 줄었고, 중국을 주축으로 사업했던 관광업계 역시 매우 힘들었다. 한-중 관계의 개선은 무엇보다 수출과 민간교류 활동을 예전처럼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한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필자는 글로벌 관광지로서의 품격에 대해 그간 고민했던 논제를 꺼내고자 한다. 

중국의 한국여행 금지조치로 제주도는 물론 전국 모든 지자체에서 마케팅 방향을 일본과 동남아로 전환했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멈추지 않았고, 해외 현지 언론에 매일같이 북한의 핵실험이 보도되면서 일본과 동남아에선 한국여행 수요가 급감했다. 관광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관광객 유치 위해 인센티브 정책까지 추진하면서 해외 현지에는 "한국=저가관광" 이미지가 만연해졌다. 전체적으로 한국관광의 품격이 추락한 것이다. 과거 일본과 중국 간 영토(센카쿠 열도) 분쟁이나 홍콩의 사스(SARS :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후 두 국가의 사례를 보자. 일본과 홍콩 모두 자국으로 관광객 유치를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했으나, 저가관광지라는 인식은 없었다. 이는 제주와 한국 모두 개선해야 할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올해 4월 문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세계 관광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36개 평가 대상국가에서 종합 19위(2015년 29위)를 기록하여 2015년(29위)보다는 크게 상승했으나, 경쟁국과 비교해 보면 일본이 4위, 홍콩 11위, 싱가포르 13위, 중국 15위 등을 차지하고 있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하겠다. 특히 14개 세부 평가지표 중 가장 낮은 부문은자연자원(114위)에 이어 가격경쟁력(88위)이다. 자연자원에 의존한 저가 상품은 더 이상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결론이다. 

올해까지 세계경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역시 녹록치 않다.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구매를 원한다. 가성비를 높이는 것, 이것이 제주관광 질적 성장의 기준과 원칙이라 하겠다. 관광객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가 제공하는 유·무형의 서비스에서 성능을 높이는 것, 결국 체험콘텐츠와 서비스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고객의 시선에서 "제주다움", 그리고 자연과 문화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거리와 야간관광, 우리의 서비스 수준 등 모든 마케팅의 초점을 철저하게 고객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이슈 되고 있는 송객수수료 상한선 마련 제도개선은 물론, 우리 제주 상품의 품질에 대한 논의도 시급하겠다. 모든 부문에서 집단지성을 통해 질적 관광이 꽃 피울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필자 역시 제주관광 마케팅을 견인하는 공기업 CEO로서, 도민사회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정진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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