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대우

춘추시대 진나라의 도공에게는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인물로 꼽히는 사마 위강이라는 유능한 신하가 있었다. 하루는 도공의 동생인 양간이 군법을 어기자 사마 위강은 양간의 마부를 대신 잡아다 목을 베었다. 양간은 형인 도공에게 "지금 사마 위강에게는 눈에 뵈는 것이 없나 봅니다. 감히 제 마부를 죽여 왕실을 욕보였습니다"고 호소했다. 이 말을 들은 도공은 자초지종을 확인하지 않고 사마 위강을 잡아오라고 명했다. 이때 곁에 있던 양설이라는 신하가 "사마 위강은 충신으로 그가 그런 일을 했다면 반드시 연유가 있었을 것입니다"고 했다. 사마 위강으로부터 마부의 목을 벤 사연을 들은 도공은 그를 더욱 신임하게 됐다. 

어느 해 주변 12개국이 정나라를 침공했을 때 진의 주선으로 화의를 맺게 됐다. 정나라는 진나라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값진 보물과 궁녀를 선물로 보냈고, 도공은 이것을 사마 위강에게 하사하려고 했다. 그러자 사마 위강은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대비를 하게 되며, 대비가 돼 있으면 근심이 사라지게 됩니다"고 말하며 거절했다.

「서경」에 나오는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유래로,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지난해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1년 2개월만인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했다. 역대 2번째로 큰 규모의 지진으로 인해 부상자와 이재민이 속출했고 민간·공공시설도 큰 피해를 입었다. 16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연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반도 지진 안전론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진앙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도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상황이지만 지진 대비의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 도내 공공건축물 47.5%, 민간건축물 23.2%, 학교시설 14%의 내진율만 보더라도 제주도의 지진 대응체계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제주도는 이번 포항 지진 사태를 남의 일처럼 여길 것이 아니라 지역 전반에 걸쳐 지진 안전점검과 방재 대책에 더욱 힘써야 한다.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재난은 '인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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