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 정치부차장 대우
기기기익.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 여기면서 그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말이다.
맹자가 말했다. '우는 천하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으면 자신 때문에 물에 빠진 듯이 생각했고, 직은 천하에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 때문에 굶주리는 듯이 여겼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이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지난 15일,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수능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으로 지역 내 수험장 및 예비 수험장의 균열이 발견,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전국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정부의 이 같은 발표가 달가울 리 만무했다. 시험이 하루도 채 남지 않은 시간, 수험생들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 마음 한켠에는 성적과 무관하게 '시험 이후 시간'을 떠올리며 '홀가분한 기분'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국의 수험생과 학부모는 '수능 일주일 연기'라는 정부 결정을 흔쾌히 수용해 포항 지역 주민들의 아픔을 희생과 양보로 나눠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전국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 "당혹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함께 감당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고, 해당 글에 달린 댓글이 조명됐다. 수험생을 둔 학부모라고 밝힌 그는 "수능연기가 조금 불편함도 없지 않지만 제 아이가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문 대통령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2018학년도 수능 응시자들은 더 큰 사회를 향한 문턱에서 타인의 고통을 함께 하며 '기기이익'을 실천했고 여기에는 '개인의 이익'보다 '타인의 고통'이 먼저라는 참교육을 향한 학부모들의 가르침이 뒷받침 했다. 오는 23일 전국 수험생들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평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에 나선다. '고통 조각'을 나눠갖고, 나란히 출발선상에 서게 될 전국 수험생들이 만족하는 결과를 얻길 바라며, 수험생들의 '값진 첫 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