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해당업체 현장점검 한 차례도 안해
지게차 운전·연장 근무·추락사고에도 '깜깜'

산업체 현장 실습에 참여하던 고등학생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교육당국의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제주도교육청은 파견형 현장실습제도 산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점검에 나서야 하지만 해당 학생이 투입된 지난 7월 이후 단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는 등 학생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에 참가하던 이모군(18)이 제품 적재기 벨트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이군은 입원 열흘만인 19일 사망했다.

동부서는 해당 업체 관계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제주근로개선지도센터는 작업중지 명령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키로 했다.

문제는 산업체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들을 보호·관리해야 할 도교육청이 현장 점검을 전화로 대신하는 등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근로중심의 교육과정을 학습중심으로 바꾸는 한편 실습 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내외로, 실습 계약을 현장실습표준협약서 및 근로계약서 체결에서 현장실습표준협약서로 개선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장 실습과정에서 기업체가 학생들을 근로자로 인식하고 있는데다, 학습이 아닌 근로 중심의 현장실습이 이뤄지면서 안전사고 발생은 물론 임금 미지급·근로시간 초과·유해위험 업무 지시 등 인권 침해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군은 지난 7월 해당 업체와 현장실습표준협약서와 함께 근로계약서도 체결했으며, 사고 전까지 지게차 운전, 연장 근무 등 실제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을 하다 추락사고까지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교육청은 이군이 해당 업체에 투입된 이후 단 한번도 현장 점검에 나서지 않았으며, 업체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학생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조사하는 등 사실상 형식적인 확인에만 급급했다.

특히 이군이 해당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직후 교육부가 개선방안을 발표한 만큼 도 교육청은 당시 산업체에 투입된 학생들이 개선안에 명시된 근로중심의 현장실습, 노동인권 침해 등의 문제에 노출돼 있지 않은지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조치마저 전혀 없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해당 업체를 직접 방문해 점검했지만 올해는 전화로 대신했다"며 "이 과정에서 이군이 안전사고를 당했다거나 근로자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 발표 전부터 학습 중심의 현장실습으로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 왔지만 이런 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며 "교육부의 개선방안은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현재는 각 산업체에 홍보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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