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 논설위원·서귀포지사장

#혈세 삼키는 준공영제

원희룡 제주도정이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한지 3개월을 맞았지만 도민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지난 8월 26일부터 도민 세금 800억여원을 들여 30년만에 개편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불편을 겪지만 도민들은 버스요금 외에도 버스업체의 적자액 보전은 물론 적정 이윤 보장을 위해 매년 수백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교통복지 향상을 명분으로 도입한 버스 준공영제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대전·대구·광주·인천 등 전국 6대 도시에서 시행중인 버스 준공영제는 자치단체가 민간운수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선 변경이나 증차때 관리·감독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예전에는 적자액을 업체 스스로 부담했지만 준공영제 시행후에는 자치단체가 도민 혈세로 적자액 보전은 물론 적정 이윤까지 보장해줌으로써 경영노력을 하지 않아도 '망하지 않는 영생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다.  

원 도정이 준공영제 협약에 따라 업체에 지원할 혈세는 올해 250억원, 내년 도 예산안 편성 기준 605억원이다. 내년 지원액이 800억원을 넘을 것이란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당초 추정액보다 적게 편성했지만, 승객 부족으로 업체의 적자액이 커지면 내년 추경안을 통해 얼마든지 증액이 가능하다. 현재 출·퇴근이나 등·하교 시간대를 제외하면 버스 승객이 10명 안팎에 불과해 업체의 만성 적자난은 불문가지란 여론도 비등하다. 

원 도정이 지난 5월 버스 준공영제 이행 협약식에서 "대중교통은 보편적 복지"라며 재정부담의 당위성을 설명했지만 매년 800억원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 '재정 폭탄'과 업체의 방만 경영 등 도덕적 해이만 키우는 폐해도 적지 않다.  

준공영제의 폐해는 제주에 앞서 시행, 혈세 5조7800억원을 지원한 6대 도시에서 확인된다. 서울시는 연간 업체 지원금이 2004년 준공영제 시행 첫해 468억원에서 2005년 2262억원으로 1년새 5배 급증했고, 2005년 7월 도입한 대전시도 121억원에서 266억원으로 1년새 2배 이상 늘었다. 나머지 부산·인천.대구.광주의 재정 부담도 크게 늘면서 준공영제가 '혈세만 삼키는 하마' '개차반 정책'으로 전락했다.

특히 서울·부산·대구 등은 상당수 업체가 가족을 연봉 1억원 받는 이사로 등재하고, 채용비리·방만경영 등 중병을 앓으면서 준공영제가 버스업계의 배만 불리는 '세금 도둑'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도가 버스업체에 800억원 이상을 지원할 준공영제는 최근 행정사무감사 및 도정질문에서 특혜 시비 및 위법성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감사원 감사 청구로 확산될 전망이다. 

김희현·안창남·김태석 도의원은 과도한 재정부담이 소요될 준공영제가 '제주도 업무제휴·협약 조례'상 도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방재정법상 사업비 500억원 이상 신규 사업임에도 전문기관 타당성 조사 및 투자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원 지사가 도의회 동의 사항이 아닐뿐더러 행정안전부 질의 결과 위법하지 않다고 반박하자 안 의원은 감사원 감사 청구로 시시비비를 가리자고 제안했다.

#감사원 감사청구해야 
도와 의회가 대립하고 있지만 과연 재정자립도가 30%대에 불과한 도가 민간 업체에 매년 800억원 이상을 퍼주는게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세입으로 살림을 충당하지 못해 60~70%를 국비에 의존할 만큼 재정형편이 열악하다며 도민들의 지원 요청에 난색을 표명하는 도가 민간 업체에 수백억원을 지원하는데 선뜻 동의할 도민들이 어느 정도 될지 의문이 든다.

원 도정은 준공영제 시행 과정에 협치를 적용했는지 반성해야 하고, 도의회는 감사원 청구를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도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의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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