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때 공약한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에 대한 자치분권로드맵이 지난 10월 발표되었다.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비전 아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핵심전략으로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이양, 강력한 재정분권 추진, 자치단체의 자치역량 제고, 풀뿌리 주민자치 강화, 네트워크형 지방행정체제 구축 등이 제시되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관련해서는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핵심전략의 중점추진과제로서 제주특별자치도 분권모델 완성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이다. 연방제는 국가의 권력이 중앙정부와 주에 동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정치행태로서 2개 이상이 주권이 결합하여 국제법상 단일적인 인격을 가지는 복합형태의 국가이다. 이 연방제 표현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밝힌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지방언론사 편집국장 간담회 자리에서 '굉장히 수준 높은 자치도, 일종의 연방주에 가까운 자치도를 만드는 것이 본인의 구상이다'라고 했다.

처음 제주특별자치도의 궁극적인 목표는 연방제의 주정부였다. 한마디로 대외적 주권이 없는 국가 내의 또 다른 국가를 창설하는 것이다. 이는 2005년에 발표한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에도 '제주특별자치도는 일반 도와 달리 고도의 자치권이 부여된 특별자치지역으로 정의하면서 지방의 자생적 발전을 위하여 새로운 자치모델을 정립하고 규제자유지역화를 통해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목적으로 하면서 외교, 국방 등을 제외한 전 분야에 대한 고도의 자치권의 부여된 지역'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과정에서는 현실성이 감안되고 지방분권의 선도 역할에 더 비중을 두었다. 이로 인해 제주특별법 제1조에는 '이 법은 제주도의 지역적·역사적·인문적 특성을 살리고 자율과 책임, 창의성과 다양성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설치하여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행정규제의 폭 넓은 완화와 국제적 기준 등의 적용등을 통하여 국제자유도시를 조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규정되었다. 그리고 규정된 최고의 자치권 범위는 우리나라의 자치권이 전래권설에 기초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적으로 중앙정부와의 협상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중앙정부에 대한 접근은 '제주특별법제도개선정책자위원회'를 통해 제도 개선과 사무와 권한 이양 등 개별적 접근에 치중했고 연방제 수준의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큰 틀의 준비는 부족했던 것 같다.

자칫 문재인 정부의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추진으로 제주특별자치도의 위상과 차별성이 축소되지 않을 까 우려된다. 다만 연방제 표현은 규범적 수준이고 제시된 내용 역시 제주특별자치도가 이미 시행한 부문들이 많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라도 제주특별자치도의 차별성과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 연방제 수준의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하드웨어를 연구해야 한다. 연방제 수준의 특별자치도라는 숲을 먼저 그리고 그 속에 나무를 그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연구가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한 상시적 전문 연구를 담당할 조직이 필요하다. 제주연구원에 가칭 '제주특별자치도연구센터'를 신설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연구센터가 중심이 되어 연방제 수준의 제주특별자치도의 모습을 그리고 동시에 콘테츠 등을 지속적으로 연구하여 도민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중앙정부와의 관계에 있어 수동적 지위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제 긴 안목 속에서 지속적인 특별자치도를 연구할 체제를 갖춤으로써 제주의 미래를 제주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완전한 자기결정권을 가진 행복한 특별자치도가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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