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논설위원

우리는 갈등(葛藤)의 굴레에 살고 있다. 물건을 하나 구입할 때나 가부를 결정하게 될 때는 물론 부부 간이나 부모 자식 간에도 갈등이 존재하는데, 하물며 사회라는 조직에서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갈등을 없앤다는 말보다는 갈등을 관리한다는 표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제주사회에서 갈등을 모두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기간 동안 제주사회를 갈등속으로 몰아넣었던 강정 해군기지의 문제가 구상권철회라는 매개점을 통해 갈등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 또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입지사전타당성 용역에 대한 검증을 실시하기로 전격합의한 것은 제주사회의 갈등해결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 

어느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과 사회라면 갈등은 항상 일어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국가나 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지만, 잘만 관리한다면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결정을 이끌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우리는 갈등 원인을 파악하고, 갈등의 영향을 받는 구성원들과 함께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하고자 하지만, 정부 및 공공기관의 주도사업이 대체적으로 DAD(Decide-Announce-Defend: 결정-발표-방어)방식으로 추진되다 보니, 이해관계집단과의 감정만 쌓이게 되고, 이로 인한 양극화된 논리를 앞세워 치킨게임을 하게 돼왔던 것이다.

갈등을 잘 관리하고 조절하는 것도 민주사회의 역량이자 협치라고 본다면, 제주사회역시 갈등관리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우선 공공정책의 수립 결정과정에서 갈등관리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07년 공공정책의 수립과 결정과정에서 예상되는 갈등관리와 책무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관련규정을 만들어 놓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갈등빈발 사안(지역교통사업문제 및 토지수용 등)의 경우 갈등관리 심의위원회를 민관합동으로 설치하고, 파급효과가 큰 주요정책(제주해군기지문제, 제주 제2공항문제 등)은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합의형성 및 도출을 위한 합의회의, 시민배심원제, 공론조사 등 참여적 의사결정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공사업에서 이같은 규정만이라도 체계적으로 추진된다면 앞으로 제주사회의 성장에너지를 빼앗아왔던 갈등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이해당사자들이 함께하는 협력적 갈등관리 거버넌스를 추진해야 한다. 갈등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그 원인과 핵심 문제를 파악하기도 전에, 우선 마음의 벽을 만들어 대화를 거절하고, 우리의 뜻을 관철하는 데만 열을 올린 적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정보공유의 시대에서는 이런 자세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모든 국민들이 갈등의 발생과 흐름을 모두 들여다 볼수 있기 때문에 막무가내식의 대응방식은 이제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갈등이 예상되는 사업이나 이해당사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갈등원인과 해결책을 함께 찾아가는 협력적 거버넌스방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간 제주사회에서 갈등이 일어날 때마다 도지사에게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추궁하고 직접 면담을 요구하는 사례를 많았다. 제주도지사가 직접 찾아가 대화하고 설득하여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호이해 부족으로 사태가 더욱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완충시킬수 있는 중간거점인 갈등관리위원회나 갈등관리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주도지사는 직접 갈등해결에 나서는 것 만큼이나 제주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또 제주도지사는 우리보다훨씬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도지사에게만 매달리지 말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일을 나누면 그 효과는 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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