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재갤러리 ~12월 1일유태근 ‘청화백자 제주를 물들이다’
심헌갤러리 고행보 작가 ‘달빛숲새’ ~12월 3일…도예 기획
세심재갤러리 ~12월 1일유태근 ‘청화백자 제주를 물들이다’
심헌갤러리 고행보 작가 ‘달빛숲새’ ~12월 3일…도예 기획
가을과 겨울 사이 불현 듯 제주가 자신의 색을 찾는다. 바람결에 부르르 몸을 떠는 것들에선 더 이상 붉은 흔적을 찾기 어렵고, 코끝에 먼저 온 계절은 아직 제 색깔을 드러내지 않은 참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설레고 가슴 뛰던 봄은 이미 멀리 갔고, 채워지지 않는 작은 틈들이 애잔함을 더하며 자아 찾기를 갈구한다.
세심재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태근 청마도자연구소장(경일대 디자인학부 교수)의 ‘청화백자 제주를 물들이다’전은 그 곳에 ‘푸름’을 채웠다.
‘늘상 보이던 자연의 빛깔이 순간 사라질 때’의 슬픔을 기억한 작가의 손 끝이 빚어낸 조선 청화백자의 색깔은 높은 듯 멀어지는 하늘과 깊은 듯 다가서는 바다의 그것과 연결된다. 그렇게 태어난 푸른 색은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며 숨김이 없다.
전통도예와 현대도예의 특징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사이 포도와 모란 등이 풍성하게 하얀 기운에 얹혀 새 숨을 뱉는다. 생활자기로 활용 가능한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전시는 12월 1일까지. 문의=753-5252.
심헌갤러리에 자리 잡은 색들에는 서걱서걱 하는 소리가 난다. 제주 중견 도예가인 고행보 작가(도담 도예공방)의 ‘달빛숲새’다. 오고 가며 만난 한라산의 사계절을 빚어넣은 것들에 감히 ‘가을’이란 틀을 씌우기 미안해진다. 대신 한 걸음, 아니 한 뼘 더 가까이 다가가 그 안의 것들과 눈과 가슴을 맞추고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가능해진다.
눈 앞의 단순화한 20여점의 작품이 특별해 지는 것은 지는 해의 기운과 둥근 달빛의 정취, 스치는 바람의 흔적 따위가 포개진 다정한 색감 때문이다. 마치 시를 쓰듯 흙을 만진 정성이 느껴진다. 12월 3일까지 만날 수 있다. 문의=702-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