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김기사 운전해~". 인간에게 무인 시대를 가장 먼저 안겨줄 분야가 바로 자율주행차 분야다. 미래가 배경인 영화에서는 빠짐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영화에서나 보던 무인차 시대가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 전망이다.

최근 세계 1위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가 스웨덴 볼보에 자율주행차를 대량 발주했다. 우버는 볼보에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XC90모델 2만4000대를 대당 약 5만달러에 구매 계약했으며 볼보는 2019년부터 2021년에 걸쳐 납품할 예정이다. 우버의 자율주행차 대량 발주는 무인차 시대가 이제 머지않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주행이란 이동체에 설치된 각종 센서, GPS, 카메라 등을 사용해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분석해 이동체 스스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것을 뜻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선박이나 오토바이 등에도 자율주행 기술이 점차 적용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센서 등의 기술 발달로 우리가 운전하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점차 '무인화' 되고 있다. 최근 미국 국방부는 승무원 없이 항해할 수 있는 군함 '시 헌터'를 공개했다. 무인 군함 시 헌터는 약 40미터 길이로 세계 최대 규모다. 국방부 산하의 국방고등연구소(DARPA)가 개발한 이 군함은 최대 1만8500㎞까지 항해할 수 있으며, 잠수함 등을 탐지하고 공격하는데 주로 사용될 계획이다. 

현재 자동차 운행률(전체 시간 중 실제 운행시간)은 5~10%에 불과하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이 수치가 75%까지 올라 갈 것으로 기대한다. 집안에 차가 2-3대가 필요 없고 1대면 충분해 진다는 것이다. 출근할 때 타고 나간 차가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자녀의 등·하교나 다른 가족의 볼일을 도울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차량의 10%만 무인차로 바뀌어도 연간 370억달러(약 43조원)가 절약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뉴욕시에 무인 택시가 도입되면 현재 1마일당 4~6달러(4680~7000원)인 택시 요금이 10분의 1 수준인 1마일당 40센트(468원)까지 내려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무인차 시대는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 된다. 주차장의 필요성이 줄어들어 시내의 주차장 부지들이 대부분 재개발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도시 면적의 3분의 1가량이 주차장이다. 영국에선 무인차가 보급되면 런던 면적의 16%가 재개발된다는 예측도 나왔다. 또한 장거리 출퇴근이 가능해 시 외곽에 주거하는 사람이 늘면서 도심과 외곽의 부동산 가치의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낙관적인 기대와는 다르게 무인시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크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취미나 즐거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아울러 안전과 윤리적인 이유로 인해 쉽게 우리 생활에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승객을 태운 버스가 자율주행 중에 도로에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었다면, 그 사람을 칠 것인지 아니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보행자를 칠 것인지, 좌측으로 방향을 틀어 건물에 부딪칠 것인지, 자율주행차는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관광 산업이 발달한 제주도는 관광객들을 위한 렌터카 서비스가 잘 발달해 있다. 또한 청정환경을 기반으로 한 전기자동차 시범도시이기도 하다. 정부가 전기자동차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차 시범지역을 제주도로 정하고 향후 차량공유 서비스나 렌터카 서비스에 우선 적용하여 점진적으로 확대 시키는 방안도 좋을 것 같다. 

무인시대의 등장은 교통과 운송 산업뿐만 아니라 유통, 제조업, 에너지, 부동산, 교육, 국방 등 모든 산업에 변혁이 불가피하게 될 전망이다. 자율주행차를 타고 느긋하게 창밖의 바다를 보면서 제주 해안 도로를 달리는 시대를 한껏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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