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현장 점검을 위해 A업체를 방문한 정윤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변미루 기자

이민호군 소속 학교 사고 전까지 네차례 방문 불구
노무사·근로감독관 등 동행 없어 형식적 점검 그쳐

속보=제주도교육청뿐만 아니라 파견 학생들이 재학 중인 각급 학교들마저 산업체 현장 점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성이 미흡한 교사들이 점검에 나서면서 학생들의 안전은 물론 근무환경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사실상 형식적인 방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 내 생수 제조사인 A업체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한 이민호군(18)은 7월 25일부터 해당 산업체에 파견돼 현장 실습에 나섰다.

이후 사고가 발생한 지난 9일까지 도교육청은 단 한 차례도 현장 점검에 나서지 않은 반면(본보 11월21일자 4면) 이군이 재학 중인 B고교에서는 네차례에 걸쳐 방문 지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군은 지난 4월 6일 A업체와 B고교가 '산학연계맞춤형인력양성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산학협정 협약을 체결함에 따라 지난 7월 현장 실습을 위해 A업체로 파견됐다.

이에 따라 B고교는 이군이 사고를 당한 지난 9일 전까지 7월 30일, 8월 18일, 9월 29일, 10월 13일 등 총 네 차례에 걸쳐 A업체를 방문, 학생들을 면담하는 등 현장 지도에 나섰다.

그러나 B고교는 전화 통화로 현장 점검을 대신한 도교육청과 마찬가지로 이군이 사고 전까지 지게차 운전, 연장 근무 등 실제 근로자와 다름없이 일을 하다 추락사고까지 당한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노무사나 근로감독관 등 전문가 동행 없이 교사들이 현장 점검을 도맡으면서 단순 면담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실제 교사들은 산업체를 방문해도 학생들의 근무일지와 잔업일지 등 실습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서류를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특히 학생들이 실습하고 있는 공장 내부를 확인하더라도 제조공정 및 설비 등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해 안전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B고교 관계자는 "관련법령 및 교육부 매뉴얼 등에 명시된 모든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노무사나 근로감독관 등 전문가 동행 없이 현장 점검할 경우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며 "특성화고 등 각급 학교에서 진행하는 현장 점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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