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스코틀랜드는 영국 연합왕국(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 중 하나다.

고대에는 켈트계(系) 부족들의 소왕국이 몇 개 있었으나 10~11세기까지 스코트인의 지배하에 있는 통일왕국이 수립됐다. 경계를 마주한 잉글랜드와의 항쟁은 1603년 잉글랜드 왕인 엘리자베스 1세가 사망하자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가 혈통에 따라 잉글랜드 왕위까지 겸하게 되면서  양국의 동군연합(同君聯合) 관계가 성립됐다.

하지만 잉글랜드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뿌리 깊은 민족적 반감은 그 후에도 존속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국경지대에는 거대한 떡갈나무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는데, 이 사이에서 켈트족 병사들이 일제히 '흄'이라고 함성을 지르며 일제히 튀어 나왔다. 이 함성을 켈트족들은 'Sluagh-ghairm'(군세의 외침)이라고 불렀다. 이 단어가 영어에 들어와서 슬로건(Slogan)이 된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정치행동과 상업광고의 영역에 이르기까지 널리 사용된다. 슬로건이 기업의 성장과 실패를 결정하기도 하고 선거에서는 당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2014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들은 일제히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감동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장을 지낸 이 교육감 역시 이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내 특성화고 학생 고(故) 이민호군이 현장실습 도중 사고를 당한지 열흘 만에 안타깝게 숨진 것과 관련한 이석문 교육감의 행보는 감동적인 슬로건과는 정반대다. 이 군의 부모가 자식을 지켜주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장례절차를 미룬 지난 21일, 이 교육감은 제주도의회 교육행정질문 준비에 고생했다며 고위직 공무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횟집에서 격려 차원의 회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9일 사고 발생 이후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다 이군이 세상을 등진 뒤에도 현장실습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조차 하지 않으면서 도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슬로건이 더 이상 선거를 위한 '선언적 의미' 수준에서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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