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제연 청소년기자

노잣돈갚기 프로젝트를 읽고

얼마전 학교에서 학교폭력실태조사를 했다. 몇 번 해봤지만 할 때마다 망설여진다. 내가 느낀 것이 폭력이 맞는지, 누군가 내 행동을 폭력으로 느끼지는 않는지를 고민하다 보면 조사지에 표시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그러던 중 '노잣돈갚기 프로젝트'라는 책을 읽게 됐다. 제목만 보면 옛날 느낌이 들지만 내용은 달랐다. 저승사자의 실수로 저승에 가게 된 동우가 이승에 오기 위해 자신이 괴롭히던 친구에게 노잣돈을 빌리고 이를 갚기 위해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다 진실한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학교폭력 가해자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으로 받은 상처가 얼마나 아픈지에 대한 얘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배운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것을 느끼고 반성하고 사과하는 일은 자주 배우지 못한다. 자신의 잘못을 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노잣돈을 갚는다는 것은, 그동안 상처를 준 친구의 마음을 되돌리는 일이었다. 반성을 한다고 하지만 진심이 없다면 상처가 치유되지 않는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일본 정부의 사과가 모자라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이해하기 어려웠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또 하나 배운 것은 인정이다. 잘못을 인정해야만 진심을 담은 사과가 가능하다. 생각해보면 동우는 빌린 노잣돈을 갚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잘못을 인정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그것을 알기 까지 걸렸던 시간이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한 노잣돈은 아니었을까.

학교폭력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된다. 누가 잘못했다는 것을 구분하다 보면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더 심해진다. 그만큼 더 많은 노잣돈이 필요해진다. 책을 통해 고마운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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