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지난 주말 제주올레 21코스에서 '벨레기 간세와 함께 걷기 행사'에 참여했다. 매달 4째주 토요일마다 제주올레 청년 자원봉사자 모임인 '벨레기 간세'들이 주축이 되어 함께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두 달 전에 올레길을 걷고 서울로 올라간 뒤에 올레길 풍광이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새벽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젊은 올레꾼 커플부터 일본 규슈에서 혼자 여행 온 일본 여성 올레꾼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걸었다. 날씨도 좋고, 풍광도 좋아 다들 행복한 표정으로 걸었다. 

그러나 필자는 걸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아름다운 밭 풍광 대신에 농로 여기저기 마구 버려진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농약병, 폐비닐, 커피 캔과 막걸리 병, 생수 페트병, 심지어 음식물 찌꺼기와 낡은 이불까지. 시작점에서 받은 '클린올레 봉투'에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한 자리에서 주워 담은 쓰레기만으로 20리터짜리 봉투 두 개가 금세 꽉 찼다. 행사 운영팀에게 연락해 봉투를 다시 조달 받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바닷가가 가까워지자 스티로폼 덩어리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바람에 날아온 어구 쓰레기들이다. 갖고 있던 쓰레기 봉투가 넘치도록 주워 담았다. 이불이나 덩지 큰 어구 쓰레기까지 치우는 것은 무리였다. 

길에서 쓰레기를 한번이라도 주워 본 사람들은 안다. 이 쓰레기의 출처가 어디인지. 그러나 버려진 쓰레기를 놓고 '주민이 버렸느냐, 관광객이 버렸느냐'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그래서 쓰레기에 대한 사단법인 제주올레의 입장은 '먼저 보는 사람이 줍기'다. 제주올레는 2010년부터 행정과 협력하고 기업 네오플의 후원을 받아 '클린올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레꾼들이 시작점에서 쓰레기 봉투를 받아 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이다. 주운 쓰레기를 버리며 인증샷을 찍고 종점에서 도장을 받으면 제주올레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강조하기보다 쓰레기를 줍는 사람을 칭찬해서 쓰레기 양을 줄여보자는 캠페인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40~50명씩 모여서 코스를 걸으며 클린올레를 하고, '1기관 1올레'로 지정된 도내 기업이나 기관들도 1년에 몇차례씩 클린올레를 한다. 또한 '올레길지킴이' '그린리더' 등의 제도를 통해 올레길 주변 쓰레기를 모니터링하고 수거하는 환경 정비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쓰레기를 치우고 줄이려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쓰레기가 넘쳐 난다. 

도내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의 경우 수거율이 45~60%에 불과하다고 한다. 해양 쓰레기는 그나마 '바다지킴이'들이 수거하고 있어(이 또한 예산에 따라 수거율이 오락가락하지만), 점점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농로 쓰레기를 치우는 주체는 따로 없다. 농로 쓰레기 수거율에 대한 통계도 없다. 그나마 올레길에 포함된 농로의경우, 자원봉사자들의 클린올레 활동과 20여명의 그린리더 활동으로 일부 수거되고는 있지만 늘어나는 쓰레기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다. 폐비닐이나 농약병 등 농업용 쓰레기의 경우, 부녀회나 청년회에서 수거하고 신고하면 장려금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이 제도 또한 한계가 있다. 부녀회나 청년회는 '장려금이 너무 적어' 굳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투덜댄다. 해양 쓰레기야 바다에서 떠밀려 오는 것이 많아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농로 쓰레기의 경우에는 보다 원천적으로 발생량을 줄이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농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캠페인 활동 그리고 필요하다면 보다 강력한 제재 원칙까지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주도는 쓰레기와의 전쟁중'이라고 할만큼 그 어느 때보다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게 부각되고 있다. 농로 쓰레기 문제도 보다 체계적인 접근과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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